[단독] 임신 14주 이내 낙태 가능해지나…정부, 허용 기준 만든다

법무부, 형법 개정 준비…임신 14주 낙태 허용 및 예외 규정 포함
'낙태죄 전면 폐지' 여성단체 반발 예상…"임신 기간 추정 불가능"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 낙태죄 없는 2021년 맞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2.3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정부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 조항 개정에 다시 나섰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령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낙태 허용 기준이 마련되면 기준 외 낙태 행위가 처벌받을 수 있어 낙태죄 전면 폐지론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정부가 '임신 14주'를 기준으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2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이같은 내용의 형법 일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인공임신중절 허용 한계를 형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에 착수했다. 복지부의 개정안은 법무부의 형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어 국회에는 내년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허용한계(형법상 낙태죄 조각 사유) 조항 삭제 및 형법 이관 △인공임신중절 정의에 약물 방법 추가 △형법 허용 범위 내 인공임신중절의 절차 규정 및 사회·심리적 상담 지원 근거 마련을 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법의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아직 논의 중이며 복지부와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지난 2020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정부·국회 대체입법 마련했지만 폐기

헌재는 2019년 4월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270조 1항(의사낙태죄)을 헌법불합치 4명, 단순위헌 3명, 합헌 2명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대체입법 마련을 주문했다.

헌법불합치 의견 재판관들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해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 데다 태아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만 일방적·절대적 우위를 부여해 법익 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했다"면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태아가 모체로부터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를 국가가 생명 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단순위헌 의견 재판관들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일률·전면 금지하는 것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임신 여성이 14주 안에 스스로 숙고하고 판단해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는 헌재 결정에 따라 각각 형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낙태죄 전면 폐지 △형법상 낙태죄는 유지하되 임신 기간과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낙태 허용으로 나뉘었다.

국회에선 형법 27장 낙태의 죄를 전면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과 헌법불합치 결정 대상인 형법 269조 및 270조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헌법불합치 조항을 유지하면서 임신 14주까지 낙태 전면 허용, 24주까지 기존 낙태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한 조건부 허용 등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안과 국회 발의안 모두 상임위 논의조차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임신중단(낙태)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0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2020.10.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임신 기간이 처벌 기준"…논란 재점화 불가피

문재인 정부가 '낙태죄 유지·낙태 부분 허용' 방향으로 형법 개정에 나서자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란 헌재 결정 의미를 반영하지 못한 '낙태죄 부활'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임신 기간을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맞지 않고 법 해석을 모호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종교단체와 일부 여성단체는 낙태 부분 허용 자체가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법무부의 형법 개정안도 당시와 유사한 만큼 논란과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개정안을 두고 "헌재가 낙태 허용 마지노선을 임신 22주로 봤지만 정부안은 14주로 단축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취지에 반한다"면서 낙태 허용 시기를 22주로 연장하고 허용 예외 요건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임신 14주까지 낙태 전면 허용, 24주 부분 허용'에 대해 "형사처벌 기준으로 삼을 임신 주 수를 명확히 하는 건 의학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를 내세워 임신 중지 여성을 형사 처벌하는 건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신 24주 이후 임신 중지 여성을 사유 불문하고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정부안에 따르면 강간 피해자가 24주 이후 임신 사실을 알고 임신을 중지하면 처벌받는다"고 지적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