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빨라진 ’러브버그‘ 습격…살충제 대신 '가글·주방세제'
평년보다 기온 높아지며 발육 빨라져…작년보다 일찍 출몰
징그러운 생김새와 달리 익충…살충제 사용 자제해야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1.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 씨는 지난 18일 퇴근하자마자 '러브버그'와 사투를 벌였다. 환기를 위해 잠시 창문을 열어둔 사이 시커먼 러브버그 수십 마리가 습격해 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7층인데 어떻게 방충망도 비집고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며 "생긴 것도 징그러운데 집 안까지 들어오니 보자마자 짜증이 밀려왔다"고 했다.
#2.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 모 씨도 러브버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 씨는 "아파트 복도에 수십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걸 보고 기겁했다"며 "더운데 창문도 못 열고 지내는 게 가장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수도권 도심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년보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러브버그의 출몰도 더 빨라졌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떼를 지어 출몰하는 탓에 시민들은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러브버그는 2년 전쯤부터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암수 한 쌍이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며 3일 내내 교미하고 다녀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암컷 러브버그는 한번 번식할 때마다 100~300개의 알을 낳는다.
올해 러브버그가 일찍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기후 변화 때문이다. 대표적인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올여름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러브버그의 발육 속도도 덩달아 빨라졌다.
징그러운 생김새와 달리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니다. 사람을 물거나 해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썩은 나뭇잎 등에 서식하며 유기물을 분해해 주는 익충에 가깝다. 생태계에 비료를 제공해 주는 역할인 셈이다.
하지만 공원, 아파트, 숲, 도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탓에 시민들이 느끼는 혐오감과 불편은 만만찮다. 1㎝ 가량 길이에 검은 털로 뒤덮인 혐오스러운 생김새도 한몫한다. 사람을 피하지 않아 직접 달라붙거나 가게 영업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방역에 나서기 보다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러브버그를 쫓는 것을 권장한다. 살충제를 섣불리 사용했다가는 생태계에 악영향이 갈 수도 있어서다.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주방 세제나 가글을 물에 희석하거나, 오렌지 주스, 즙 등을 물에 섞어 간단하게 기피·살충제를 만들 수 있다"며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파리가 잘 앉는 창문, 창틀이나 벽에 물을 뿌려두면 그 쪽으로는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워낙 개체수가 많기 때문에 집에서 보이는 러브버그를 잡는다고 당장 생태계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면서도 "자연에다 살충제를 뿌리면 러브버그 위에 포식자인 사마귀, 거미 등은 더 심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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