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혐의 주한미군 소속 군무원 선고 유예…왜?
위드마크 공식 적용 안 돼…일반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이례적 상황
간 수치 높은 '특이체질'…법원 "초범, 알코올 분해 능력 비정상 인지 못 해"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은 채 운전을 한 주한미군 소속 군무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이순형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는 주한미군 군무원 김 모 씨(63)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김 씨는 2022년 12월 5일 오전 총 4차례 음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오전 8시 28분쯤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부터 당시 자신의 근무지였던 용산 미군기지 내 건물까지 1.8㎞를 운전했다.
이후 업무 수행을 위해 9시 45분쯤 약 50m, 10시 31분쯤 약 50m 차를 몰았다.
오전 근무가 끝난 김 씨는 11시 52분쯤 기지 내 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약 50m를 운전하다 미국 군사경찰에게 붙잡혔다.
미국 군사경찰은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려고 했지만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패했고, 1시간 37분이 지난 시점에 한국 경찰이 호흡측정기로 측정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처벌 기준치인 0.03%를 넘는 0.048%임을 확인했다.
김 씨는 단속 당시 측정 결과를 인정했지만 번복해 혈액 채취를 요구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15분 채취한 김 씨 혈액의 알코올 농도는 0.017%였다.
김 씨는 전날 자택에서 배우자와 식사하며 맥주 1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음주운전 직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되지 않아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사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위드마크 공식이란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해 주는 공식으로, 운전자의 음주 정도를 곧바로 측정할 수 없을 때 수사기관이 단속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기 위해 이용한다.
하지만 호흡측정기 측정 수치(0.048%)와 혈액채취 측정 수치(0.017%)를 이 공식에 적용해 추정치를 계산하면 0.183%로 나타나 일반인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추정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음주 운전 당일로부터 일주일 뒤 측정한 김 씨의 간 수치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다는 사실도 고려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알코올 분해 능력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지 못했다고 추인할 수 있는 점, 평균인가 같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에 따라 위드마크 공식을 그대로 적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하는 것은 특이체질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김 씨의 음주 운전 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음주 운전 당일 측정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이미 처벌 기준치를 초과한데다 김 씨에게 알코올 분해량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김 씨가 충분히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김 씨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이 판사는 "(김 씨가)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자신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평소와 달리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전날 맥주를 마신 후 시간이 지나 괜찮을 것이라고 속단해 자동차를 이용해 출근한 후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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