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 '3자변제' 토론회…"당사자 의사 무시 부당" 비판
변협 10일 '강제동원 제3자 변제의 적법성·정당성 토론회' 개최
"채권자나 채무자 적어도 둘 중 하나의 동의 받아야"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관련 토론회에선 3자 변제가 '당사자 의사가 무시된 해법'이라는 비판이 다수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으로서 제3자 변제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제3자 변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전범 기업을 대신해 민간 기부금으로 피해자들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는 제3자 변제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해 '변제 공탁'을 추진했으나 법원의 잇따른 기각 결정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공탁은 법원에 돈을 맡겨 빚을 갚는 제도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민법은 채무자로부터 위임받는다든가 채권자의 승낙을 받는다든가 원만하게 변제하는 방법을 다 인정하고 있는데 채권자, 채무자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제3자가 나서서 변제하려는 상황에 대해선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민법은 더 명확하다. '정당한 이익을 가진 자가 아닌 제3자는 채권자의 의사에 반해서 변제할 수 없다'는 명문 규정까지 두고 있는데 문제 되고 있는 사안에 일본법이 준거법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본과의 잘못을 따지는 관계에서 일본 민법을 참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3자 변제가 유효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선 그 출발점이 채권자나 채무자 적어도 둘 중의 승낙을 받거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이 채무에 대해선 대신 갚아도 된다는 의사가 일본 측으로 표명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결국 판결 채무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인 조재민 변호사는 "민법 제469조 제2항('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이 적용된다면 정부의 강제동원피해자분들에 대한 제3자 변제는 위법할 소지가 있다"며 "한국, 일본의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채무자인 일본 기업들이 채권자인 피해자분들에게 변제할 의사가 있음에도 못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확정판결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적법성도 문제지만 정당성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공탁은 매우 부당하고 위법한 정책이므로 중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3자 변제는 허용돼선 안 된다는 이유로 기각된 1심 판결이 법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수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자 변제 문제는 이 건만 가지고 볼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며 "국내에서 여러 유형의 국가가 직접 개입하지 못해서 피해가 발생하고 손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리적 측면에 있어선 적어도 법 논리에 충실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안 놓고 볼 때 정치적 평가가 가미되는 것이 유리하다, 더 나아 보인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발목을 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피해자 채권이 금전 채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하루라도 신속하게 금전에 의한 만족을 얻게 하는 게 가장 확실하게 채권자를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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