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베를린 시장 소녀상 철거 시사…시민단체 “성폭력 피해 눈감는 행동"

정의연·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강력한 유감 표명"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역사적 진실"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 소녀상이 훼손 방지를 위해 폴리스라인 안에 자리하고 있다. 2024.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독일 베를린 시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시사하자 국내 시민단체들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의기억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0일 "베를린시는 전시성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여성인권의 상징물, 소녀상 영구 설치를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베를린시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베를린과 도쿄의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도쿄를방문한 카이 베 베그너 시장이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과 회담하고 "우리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녀상 철거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그너 시장은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에 찬성하지만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관할 구청, 연방정부 등 모든 관련 당사자와 대화하고 있으며, 독일 주재 일본 대사도 이 논의에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독일 시민들이 세운 소녀상 철거를 위한 '대화'에 연방정부와 독일 주재 일본 대사가 무슨 권한으로 참여한단 말인가"라며 "독일 연방정부까지 나설 정도로 일본 정부의 압력이 거세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세계 각지 소녀상이 한국의 일방적 입장을 담고 있다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녀상, 글렌데일 소녀상 등 철거 시도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소녀상 설치 무산, 지난해 독일 카셀 주립대 소녀상 기습 철거 등 사례를 들며 이번 소녀상 철거 시사가 이 같은 압력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가 소녀상에 유독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부인하고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려는 속내를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베를린 시장에게 "만약 일본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소녀상 철거에 나선다면, 2차 세계대전의 가해자 독일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했던 그간의 노력이 희석될 것은 물론, 종전 직후 수많은 독일 여성이 입은 성폭력 피해의 역사에 눈감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