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시 대비용 의대생 학생부 팝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서 성행

학생부 가격 의대생 10만원·주요대학 합격자 5만원 상당
학생부종합 자소서 폐지 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중요도 고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高 3이 본격적으로 수시 입시 계획을 세우는 6월을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 의과대학 합격자의 학생부는 10만 원 상당에 거래되는 등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부터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 평가가 전면 폐지되며 학생부 영향력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수험생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2024학년도 주요대학 신입생의 고등학교 학생부가 거래되고 있다.

학생부를 판매하는 게시글은 올해 4월 말부터 5월에 집중적으로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대학 재학생의 최신 학생부일수록 비쌌다.

대학 합격통지서를 제시하며 자신을 2024학년도 신입생이라고 밝힌 판매자들이 내놓은 학생부 가격을 재학 대학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의대는 10만 원 상당, 연세대 의대 5만 원 상당, 건국대 수의예과 3만 5000원 등이었다.

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국외대·경희대 등 수시 모집에 지원한 모든 6개 대학에 합격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판매자는 6만 원을 제시하는 등 가격대는 다양했다.

판매자들은 자신의 학생부를 pdf 파일로 만들어 구매자에게 제공했다.

학생부를 판매하며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내용을 컨설팅해줄 수 있다고 추가 비용을 내라고 권유하는 판매자도 있었다.

5월 중고거래 플랫폼과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판매 글. ⓒ 뉴스1

수험생과 대학생이 고교 학생부를 사고파는 것이 올해 더욱 활성화된 것은 2019년에 발표된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2024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 제출이 전면 폐지되면서 학생부 세특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목별 세특에는 교사가 학생참여형 수업과 수행평가 등에서 학생을 관찰하고 적은 학생의 역량과 특징에 관한 내용이 담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세특은 원래도 중요했는데 자기소개서 폐지로 더 중요해졌다"며 "학생들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이제 학생부밖엔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주요대학 신입생들의 학생부를 구해 세특을 작성하는 교사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며 써달라고 학부모가 요청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이 모 교사는 "세특이 워낙 중요해져서 특히 고3 담임교사들에게 학부모가 '이 내용대로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며 "학부모가 민원처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 매우 곤란하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과 마련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전달한 내용을 교사가 전달받아 학생부에 작성하는 경우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 작성은 교사의 고유 권한이고 학칙과 관리지침에 반하는 내용을 교사가 작성하는 경우 부정 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이 있다"며 "엄격히 금지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