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 한자리, 이게 부처님 뜻"…불자들 "화쟁사상 퍼지길"

석탄일 맞아 조계사엔 어르신·관광객 '인산인해' "서울 시민 다 온 듯"
"헐뜯지 말고 부드럽게 존중해야…허례허식도 내려놨으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4.5.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오늘 다양한 정치인들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부처님의 뜻 아니겠어요. 화합하는 모습이 더 퍼져야 합니다"

1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참석 중이던 이 모 씨(50대·여성)의 말이다. 새벽 경상남도에서 올라왔다는 그는 대웅전 앞 나무에 손을 대고 조용히 기도한 후 이같이 말했다.

조계종 총본산인 이곳 조계사는 왼쪽 가슴에 연꽃 모형을 단 어르신,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정관계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자원봉사를 하던 60대 여성 오 모 씨는 "불교에선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며 다름이 없다고 여기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며 "사회가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조계사의 하늘은 노랑·분홍·초록색 연등으로 수놓아졌다. 대웅전 옆 한 편에는 부처님께 바치는 장미, 국화꽃이 올려져 있었고 아기 부처님 모형에 물을 끼얹는 '관욕(물을 부어 목욕)'을 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불교를 상징하는 코끼리 모형 등도 눈에 띄었다.

이날 만난 불교 신자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화쟁 사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화쟁이란 대립적인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 교리다. 조계사를 찾은 불자 시민들은 정치권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화쟁 사상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로 희망했다.

오 씨는 "오늘 대통령 포함해 정치계 인사들도 많이 왔는데, 대통령만 두고도 환호하는 사람과 비판하는 사람으로 갈려 정쟁이 생기지 않냐"며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자신만 옳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같은 부분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온 전 모 씨(68·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대웅전 앞에서 연신 합장하고 기도를 올리던 전 씨는 "정치도 그렇고 요즘 사회에서 남을 헐뜯고 가슴에 못을 박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항상 부드럽고 상대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허례허식을 내려놓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불자도 있었다. 대학생 이 모 씨(23·남)는 "요즘 사회가 형식을 많이 챙기며 부처님의 뜻이 잘 전파되지 않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너무 급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 개인이 스스로를 조금 더 내려놓고 살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이날 법요식에는 1만여명이 참석했다. 일부 시민들은 인파에 "서울 시민 다 온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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