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TBS' 진짜 문 닫나…'3개월 연장안' 처리 무산

김현기 시의장, 상임위 회부 안해…사실상 '거부'
'원포인트 임시회' 가능성…의원들은 "가능성 낮아"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매봉산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입구에 정상화를 위해 양대 노조 비대위원회가 내건 안내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출한 서울교통방송(TBS) 지원 연장 조례안을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사실상 거부하며 TBS가 문민정부 이래 사상 첫 '공영방송 폐국'을 앞두고 있다.

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날 제32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오 시장이 제출한 'TBS 설립 폐지에 대한 조례 개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해당 개정안은 TBS에 대한 지원 중단 시기를 기존 6월 1일에서 9월 1일로 3개월 늦추는 내용이다.

서울시의회는 2022년 TBS에 대한 서울시 지원 근거를 담은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국민의힘 주도로 통과시켰다. 김어준 등의 진행자가 정치적 중립성·공공성을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가 해당 조례를 유예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하고 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며 지원 중단일이 올 1월에서 6월 1일로 연기됐다.

오 시장은 민영화를 추진 중인 TBS 지원 차원에서 이번 개정안을 발의했다. TBS 매각이 성사되려면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현재 라디오 주파수를 사수해야 하는데, 서울시 출연이 끊길 경우 당장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파수 재심사에서 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서울시의원과 의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현기 의장이 해당 개정안을 상임위에 회부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시의원은 "김 의장이 회부 자체를 안 했기에 상임위에서는 논의할 수가 없었다"며 "이에 따라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어차피 결정이 불가한 사안을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문광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 등에 따르면 김 의장은 앞서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열릴 의총에서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개정안 관련 어떠한 논의도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광위 소속 국힘 의원은 "회부를 안 하고 논의를 안 한 것 자체가 사실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의장이 (TBS 지원 중단에 대한)아주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원포인트' 임시회로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서울시의회 기본 조례에 따르면 의장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장은 지자체장이 요구할 경우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

다만 시의원들은 이 같은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광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다시 임시회를 열어 처리를 해줄 것이라면 굳이 오늘 상정을 안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문광위 소속 국힘 의원도 "이번 임시회가 끝나면 위원회별로 해외 연수와 시찰 등 일정이 많다"며 "사실상 처리는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앞서 '공정방송' 의무를 저버린 TBS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