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대증원 회의록 제출 요구했지만 "없다"…복지부 "보도자료 갈음"

현안협의체·보정심·전문위 등 회의체 회의록 '전무'
법 따른 위원회·심의회 회의 '회의록 작성' 의무화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자료사진) 2024.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법원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의 과학적 증거와 회의록 제출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관련 회의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법원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달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에 증원 규모로 내세웠던 2000명의 근거와 회의록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차후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실사자료와 회의록 등을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 복지부 "회의록 없어, 보도자료로 갈음"

5일 뉴스1이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증원 논의를 위해 운영한 주요 회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의 회의록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와 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를 통해 의사 인력 증원을 여러 차례 논의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현안협의체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료 정책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설치한 조직이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의사단체와 증원을 논의했다고 말해 왔지만 협의체에 참여한 대한의사협회는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협의체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뉴스1의 정보공개 청구에 복지부는 "협의체는 회의록 작성 등이 의무화돼 있는 법상 회의체가 아니어서 별도 관리하는 회의록이 없다"며 "협의체의 원활한 논의를 위해 회의록은 별도로 만들지 않고 상호합의된 공동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것으로 의정 간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보정심 산하에 의사인력전문위원회를 운영했는데 보정심과 전문위 둘 다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보정심과 전문위의 회의록 공개를 요청하는 뉴스1의 정보공개청구에도 "회의록은 없다"며 "보도자료가 사실상 회의록"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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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록 미작성,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소지

하지만 복지부의 답변대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록물관리법은 주요 회의의 회의록 속기록 등을 의무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18조(회의록의 작성·관리)에 따르면 '개별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 또는 심의회 등이 운영하는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하게 돼 있다. 보정심과 전문위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기반해 운영되는 위원회다.

그중 보정심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다. 앞서 언급한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 18조에는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 하여 운영하는 회의'도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회의로 규정돼 있다.

'보도자료로 회의록을 갈음한다'는 답변도 법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시행령에는 "회의록에는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하며"라고 명시돼 있다. 복지부가 제공한 보도자료에는 회의에 대한 개괄적 설명만 있을 뿐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안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회의록이 없는데 법원에 무엇을 제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료현안협의체는 회의록이 없으니 제출할 것이 없지만 보정심은 녹취 등을 정리했을 수 있어 그런 것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의록 미작성에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는 "소관부서에 내용 확인을 요청했지만 업무가 폭주하고 있어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