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교수 4명 병원 떠났다…집단사직 신호탄 될까

의료공백 가중 우려…3일 아산·성모 교수 등 휴진
임현택 의협 집행부 출범 "얽힌 매듭 풀겠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으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4.4.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이끌던 방재승·김준성·배우경·한정호 교수 등 4명의 지도부가 예약돼 있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채 1일자로 소속돼 있던 분당서울대병원을 떠났다.

비대위는 의대증원에 대한 항의와 개선 요구를 위해 지난 3월 25일부터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한 상태다. 이들은 앞으로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병원 출근을 하지 않거나 출근하더라도 진료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뉴스1에 "예약됐던 환자가 1900명"이라며 "부원장도 붙잡았으나, 환자를 타 교수 진료로 돌리거나 정리했다"고 언급했다. 또 "그만둔다고 해 뭐가 바뀔 수 있나 싶고, 환자한테나 진료 정상화에 도움이 안 돼 고민은 많다"면서도 "무를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이를 교수 집단사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 없이 대치국면이 장기화하면 의료 현장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교수들마저 병원을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인 최창민 울산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지난달 26일 병원을 떠났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직의 변을 밝힌 같은 병원의 최세훈 흉부외과 교수는 오는 10일부터 병가에 들어간 뒤 사직할 생각이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의 내년도 모집 정원을 결정하는 29일 오후 충북 청주 충북대에서 의대 교수와 학생 등 200여 명이 대학본부 앞에서 의대증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4.4.29/뉴스1 ⓒ News1 박건영 기자

김석원 충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5월) 10일부터는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나름대로 싸움을 이어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면서 "밥그릇 문제가 아닌 미래 우리나라 의료를 향한 의지"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처럼 실제 병원을 떠나기로 한 교수들은 전국 각지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세브란스 소속의 한 교수는 "(원내) 휴진, 사직 현황을 알 수는 없으나 교수 업무가 수개월째 가중된 건 사실"이라며 "한두 명 그만두기 시작하면 업무량이 늘어 사직을 고민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고려대의료원·경상대병원 일부 교수들은 격무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한계로 지난달 30일 휴진을 택했다.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연관된 8개 병원에서 축소된 외래진료량이 최소 2.5%에서 최대 35% 수준이었다.

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충북대병원·전남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3일 교수 자율에 따라 휴진한다. 실제 휴진에 동참할 교수 규모가 유동적이지만 환자들은 진료가 취소되거나 미뤄질까, 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일 취임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범의료계 협의체'를 꾸려 단일 대오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태가 빨리 잘 해결되길 원하시는 국민들과 환자분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얽힌 매듭을 잘 풀어 나가겠다"는 취임 일성도 밝혔다.

그러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임 회장과 협의한 바 없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역시 해당 사안을 논의한 바 없음을 확인했다. 임 회장의 독단적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임기 첫날부터 엇박자를 냈다.

한편, 의대 증원분을 대학이 최대 절반까지 줄여 뽑을 수 있도록 허용했던 정부는 전날까지 취합된 각 대학 모집 인원을 이날 발표한다. 모두 더하면 1550명 안팎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정부의 '2000명' 증원분에는 400여 명 못 미쳤다.

법원이 의대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을 통해 "5월 중순 이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아야 한다"고 요청한 데 대해 정부는 모집 정원 확정이 법원 판단이 나온 뒤에야 이뤄질 예정인 데다 이달 말 모집 요강 발표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