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늘리는 게 의료개혁인 양 국민 조롱"…의료계, 정부 성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대위 심포지엄 개최
"전문가들 무시하고 정책 밀어붙여" "수가 문제 해결해야"

방재승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협의회 비대위 긴급심포지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4.4.3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 전공의 등이 모여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성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제일제당홀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날 하루 외래·수술 진료를 쉬기로 결정한 서울대병원 소속 의대 교수와 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 등이 참여했다.

방재승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진정한 의료개혁은 필수 의료를 제대로 살리는 것인데 정부는 단지 의사 수 증원을 최선봉에 내세워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라는 간판을 씌워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며 "다만 이 사태를 유발한 데에는 정부의 잘못이 제일 크나, 수십 년 동안 이런 의료 관행을 당연시해 온 의사들, 특히 저희 교수들의 잘못도 명백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기영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정부는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 늘리는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급발진 정책을 내놓았다"며 "그러면서도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교수 수천 명을 임용하겠다는 등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의사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때려잡은 모습을 유도하는 그런 막말을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팽진철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아무리 (필수의료 패키지 등) 정책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는데 이번엔 (정부에서) 철저하게 밀어붙이는 걸로 진행됐다"며 "이런 식으로 사태가 지속되면 결국은 의료 정책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안상현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도 "우리 사회가 전문가들을 너무 존중하지 않고 의견들을 깎아내리거나 불신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히 밥그릇 지키는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먼저 개선해야 하는 의료체계로 '수가'를 꼽았다. 김태경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영상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핵심 의료분야의 진료, 시술 수가가 원가보다 낮아 이를 보전하기 위해 영상검사 등 고가의 검사와 비보험 검사를 더 많이 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캐나다의 경우에는 간 이식 수술 후 잘 회복되었으면 영상 검사 없이 퇴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의사가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핵심 진료, 시술 수가가 정상화되면 과잉검사와 진료가 줄어들어 전체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민간 공공의료 수가와 우리나라 수가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활용해 의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필수의료의 위기가 시장 실패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무시무시한 규제 때문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전문적인 행정 관료들이 통제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거버넌스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