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독해지는 의협 차기 회장의 입…의정 대화 가능할까
"전공의, 의대생 복귀 어려워질 듯…의협 비대위와 의견 차 커" 우려
임현택 의협 5월 출범…"의대증원, 죽을 각오로 막을 것"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5월 1일 취임하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지도 체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의정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다음달부터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체제로 전환한다. 의협은 전날(28일)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고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을 새 의장으로 선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 해산했다.
대의원회는 총회 결의문에서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의대 증원 책임자 문책, 의협 회원 행정명령·행정처분 철회 등을 요구하며 임 차기 회장과 집행부에 힘을 실었다.
임현택 차기 회장은 의협 내부에서도 강경파 인사로 꼽힌다.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저출생을 고려해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증원 사태에서 감축을 언급한 최초의 의료계 인사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 참여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는 "의료개혁과 무관한 사람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부와 의협이 '일대일'로 만나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협 제76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도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강행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며 "오로지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를 향한 발언 수위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의대 교수의 휴진과 관련해 정부가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임 차기 회장은 "복지부가 의대 교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만약 교수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14만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임 차기 회장은 보건복지부 장차관 사퇴를 협상 카드로 내밀기도 했다. 지난 2월 그는 박 차관이 정례브리핑 중 의사를 낮잡아 부르는 단어인 '의새'라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서울경찰청에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같은 달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복지부 의료정책과 담당 공무원이 전공의들을 겁박할 목적으로 개인연락처를 수집했다며 강요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태의 원흉인 박민수(보건복지부 제2차관),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김윤(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인)이 TV화면에서 본인은 전혀 책임이 없는 듯 여전히 얄미운 앵무새처럼 설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임 차기 회장의 저돌적인 언행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대학병원 소재 내과 교수는 "이달 말에 의대 정원이 확정되는데 싫든 좋든 정부와 한번쯤 대화를 해보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 재논의'를 요구해왔는데, 갑자기 의대 증원 축소를 요구하게 되면 정부와 입장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5월이 되면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갈 마지막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며 "(임 차기 회장) 강경대응에 속이 시원한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정할 수 있게 하면서, '2000명 증원'에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 구체적인 안은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며 의료계의 참여를 독려하는 중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 2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의사단체와 일대일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힌만큼, 집단행동을 접고 대화의 자리에 조건없이 나와 의견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의료계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하여 보건의료의 미래 개혁방향을 함께 논의해 나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이날 열리는 가운데, 의제 중 하나로 의대 정원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의·정·당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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