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머스크인데, 널 사랑해" 속아 7000만원 송금 여성…로맨스스캠 당했다

('추적 60분' 갈무리)
('추적 60분'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여성이 일론 머스크를 사칭한 남성에게 속아 2개월 만에 7000만원을 투자하는 등 이른바 '로맨스스캠' 피해를 당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외로운 당신에게, 신종 로맨스스캠 사기' 편을 방송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서전을 탐독할 만큼 팬이었던 정지선 씨(가명)는 지난해 7월 꿈같은 일을 겪었다. 동경하던 그와 SNS 친구를 맺게 된 것이다.

정 씨는 "지난해 7월 17일에 일론 머스크가 SNS에서 저를 팔로우하고 친구 추가해서 제가 승낙을 했다. 지옥의 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정 씨는 유명인 사칭도 의심했지만 '일론 머스크'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흥분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대화를 시작한 정 씨는 점점 '진짜 일론 머스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라고 주장하는 남성은 정 씨에게 신분증과 출근하는 사진 등을 보내줬다.

('추적 60분' 갈무리)

정 씨는 "자기가 어제 말레이시아 갔다 왔다고 하길래 신문 기사 보니까 말레이시아 간 게 있더라"라며 "본인은 무작위로 팬들한테 연락한다더라. 자기 자식 얘기도 하고 테슬라나 스페이스X 출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진짜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만났을 때 어땠냐고 물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도와 서울에 기가 팩토리 얘기했다'고 하더라. 또 나한테 한국에 스페이스X 박물관 세운다고 얘기했다. 그럴듯해서 이렇게 믿게 됐다"고 고백했다.

'일론 머스크' 사칭 남성을 믿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상 통화였다고. 영상 통화에서 사칭 남성이 "안녕! 난 당신을 사랑해, 알지?"라고 말하자, 정 씨는 "아 그럼요, 저도 사랑해요. 친구로서. 정말 친절하군요"라고 답했다.

이후 사칭 남성은 "팬들이 나로 인해서 부자가 되는 게 행복하다"면서 투자를 대신 해서 돈을 불려주겠다고 제안, 국내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당시 정 씨는 '한국인 직원의 계좌'라는 말에 홀린 듯이 결국 코인과 현금 등 총 7000만원을 입금했다.

정 씨는 "계속 의심했다. 일상 대화 나눌 때 '거의 그 사람인 것 같아' 하다가도 돈을 보내라고 할 때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진짜 일론 머스크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계속 당한 것 같다. 정말 진짜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취재 결과, 정 씨가 들은 '일론 머스크' 목소리는 AI로 생성한 목소리였다. 정 씨는 사칭 남성이 알려준 가상 화폐 거래 사이트에 또다시 3000만원을 보냈지만, 이조차도 가짜 피싱 사이트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