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PICK]尹,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 "의료계, 합리적 제안과 근거 가져와야"
의협 비대위 "증원은 전문영역…'국민 여론'으로 선택해서는 안돼"
의료계 '진료축소' 돌입, 정부 "물러서지 않겠다"…의정갈등 더 악화
- 이승배 기자, 김성진 기자, 이광호 기자, 이동해 기자,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승배 김성진 이광호 이동해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 의료계를 향해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며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원점 재논의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지금부터 제대로 논의해 필요하다면 증원하자는 의미"라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뒤 전문 영역(증원 규모 책정)을 정해야 한다. 이는 국민 여론으로 선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0명, 300명, 500명은 일부 의료계 의견이다. 국민 공감대부터 형성하자"면서 "강행보다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의협 주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의대증원을 거부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부터 개원가의 단축 진료도 권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울 소재의 한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남아있는 의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주 52시간을 진료과별로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는데, 당직-외래진료-수술에 지친 교수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사직서 제출자도 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필수진료과 교수는 "사태의 돌파구가 되기를 바랐던 담화는 불에 기름 붓는 격으로, 관짝에 대못을 박았다"며 "전공의·의대생 복귀도 수습 안 된다. 한국 의료는 향후 몇 년간 회복이 어렵다. 빅5는 버티겠지만 서울·지방의 대형병원 파산도 실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의사야 다른 병원에 취직하면 끝인데 대형병원의 다른 직군은 취업이 쉽지 않다. 현재 대형병원은 월급을 안 주는 무급휴가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직원들은 이런 민생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전공의 수련병원에 파견된 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전공의들이 일반의를 택하지 않고, 주당 80시간 근무를 감수해 왔다. 이번 사태로 그런 부분(필수의료에 일하겠다는 사명감)이 완전히 무너졌고 사회적 분위기를 돌리는데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이날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의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 개선과 제도적·물적·인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오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서울 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현장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진료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병동폐쇄도 늘어나고 있고, 병원마다 한 달 300억~5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나고 있다"며 "수백 명의 간호사들이 무급휴가에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부재를 메꾸기 위한 무분별한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로 간호사들의 업무 가중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들은 이 같은 병원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전공의 복귀 및 의대 교수 집단 사표 철회를 촉구했다. 또 병원 측에 무급휴가·임금삭감 강요가 아닌 병원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또 정부에 의사와 정부 여당만이 아닌 환자와 병원노동자, 시민대표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체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며 1일부터 진료축소 등 강경대응에 돌입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히며 의료개혁 완수에 의지를 보인만큼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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