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상자에 벌레" 환불 요구 손님…수거해보니 대부분 '냠냠' 황당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케이크 상자에 벌레가 붙어있었다며 환불을 요구한 배달 주문 손님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의심돼 카페 사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31일 디저트 카페를 운영 중인 A 씨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배달 거지 어떻게 처분해야 할까요'란 제목의 글을 썼다.

A 씨는 "요즘 장사가 안 돼 밤 12시까지 배달 앱을 켜두고 배달 주문을 받고 있다"며 "어젯밤 11시에 3만 원어치 주문이 들어와 장사도 안 되는데 너무 감사한 손님이라 생각해 열심히 포장해서 보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배달 후 A 씨는 손님으로부터 "박스에 벌레가 붙었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분명히 포장할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당혹감에 우선 환불 처리부터 해줬다. 그러면서 손님에게는 박스를 수거할 테니 버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A 씨는 손님이 배달 앱 측에 "이미 (케이크) 일부는 버렸다"고 말한 걸 전해 듣고 느낌이 싸했다고 했다. 이후 배달 기사를 통해 수거한 상자를 받아본 A 씨는 분노했다.

A 씨는 "정말 이게 말로만 듣던 배달 거지인가 싶더라"며 "케이크 3조각 중 2조각만 남았는데 대부분 먹고 끄트머리만 남겨 보냈더라. 같이 시킨 음료 2잔은 보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 씨는 수거해온 배달기사로부터 "그 집 오전에도 환불해서 내가 수거하러 갔었다. 블랙컨슈머 아닌지 알아보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A 씨는 "같은 기사님이 하루 두 번 환불 수거를 한 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벌레가 나와 취소했으면 인간적으로 저렇게 거의 다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 씨는 "괜한 리뷰 테러당하느니 일단 수거해서 보자는 마음으로 수거했는데 기가 찬다"며 "어려운 자영업자로서 마음 같아선 사기로 고소하고 싶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본 다른 자영업자 B 씨는 "수거할 때 또 비용이 발생하니 수거를 잘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배달 거지다, 저런 사람들 '수거해서 확인해 보고 환불 처리해 주겠다'고 하면 다들 그냥 먹겠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절대 환불 먼저 해주지 말라"고 조언했다.

다른 자영업자들은 "글만 봐도 화가 난다. 사장님 힘내시라", "벌레 때문에 환불한다면서 다 처먹었네. 양심도 없는 놈", "음료는 다 먹고 저렇게만 보냈다니, 괘씸해라.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A 씨를 위로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