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지각" "택시도 안 잡혀"…마을버스 '초만원' 출근길 대란(종합)
오지 않는 버스에 발 동동…쏟아지는 승객
"비역세권 주민은 막막해…퇴근길이 더 걱정"
- 박혜연 기자, 이기범 기자, 김민수 기자,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이기범 김민수 임윤지 기자 = "직장 다닌지 3년 됐는데 처음 지각해봐요. 비도 오고 택시도 잘 안 잡히네요."
서울 시내버스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관악구 신림역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30대 여성 김 모 씨는 "방금 (파업하는 걸) 알았다"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 씨는 "어쩐지 여기 지금은 버스와 승용차로 가득 섞여서 붐벼야 할 때인데 차들밖에 없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서울 버스가 멈춰 선 것은 2012년 부분 파업 이후 12년 만이다. 출근길 시민들은 오지 않는 버스에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년 여성 두 명은 파업 소식을 뒤늦게 듣고 "어떡하지, 지하철 타러 가야겠네"라며 신림역으로 뛰어 들어갔다. 급한 나머지 우산도 펴지 못한 모습이었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앞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도 "광역버스를 타고 오다가 뒤늦게 버스 파업 소식을 알게 됐다"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겠다"고 정류장에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버스 정류장은 초만원이었다. 평소 10명 정도 줄을 서 있던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족히 30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뛰어오던 한 시민은 인파를 보더니 입을 떡 벌리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류장에 도착한 관악10 마을버스는 문이 열리자마자 승객들이 쏟아져내렸다. 꽉 들어찬 승객들의 움직임에 조그마한 마을버스가 흔들흔들했다.
옷도 구겨지고 머리도 헝클어진 채로 버스에서 막 내린 신 모 씨(37·남)는 "출근 중인데 마을버스는 그래도 운영하는 것 같아서 (버스를) 대체해서 타고 왔다"며 "어떻게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이 막혔다"고 말했다.
고3이라는 이 모 양(19)은 "택시 아니면 버스를 이용하는데 지금 버스 파업 때문에 벌써 기가 다 빨린다"며 "아침에 비까지 오고 택시도 안 잡히고 부모님은 맞벌이라 데려다 줄 여력이 안 되셔서 등교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기사 A 씨는 "예약을 켜놓았는데도 다들 택시 타려고 난리다. 새벽에 출근하는 어르신들은 택시 앱도 쓸 줄 모를 텐데 걱정이 된다"며 "길거리에 있는 저 사람들은 다 어떡하냐"고 말했다.
다른 택시기사 B 씨(73·남)는 "의사 파업에 버스까지 파업이라니 아이고야"라며 "오늘 택시기사들 바쁘게 생겼다"고 혀를 찼다.
직장인 박 모 씨(27·남)은 "이런 파업이 있을 때면 비역세권 주민은 마땅한 대안도 없어서 막막하다"며 "오늘 출근도 그렇지만 퇴근길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서울시내버스는 총 61개사 7210여 대로 전체의 97.6%에 달하면서 출근길은 물론 퇴근길에도 큰 불편이 예상된다.
서울시·자치구·버스조합은 비상수송대책 본부를 구성해 24시간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서울교통공사, 서울시메트로9호선㈜, 우이신설경전철㈜ 등 교통 운영기관과도 협력체계를 사전 구축해 즉각적인 수송대책을 마련했다.
파업 종료 시까지 대중교통의 추가 및 연장 운행도 실시한다. 특히 지하철은 혼잡시간 77회 증회하고, 막차시간 운행은 종착역 기준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해 총 125회 증회한다. 지하철 출퇴근 등을 빠르게 연계하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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