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삭제 지침·블랙리스트'…논란의 중심 '메디스태프' 대표는 누구

응급의학과 전문의, 2018년 의사용 보안메신저 출시 사업가로도
학생증·면허 인증해야 가입 가능…경찰, 두 차례 압수수색 실시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대표 기 모 씨가 25일 오후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인 '전공의 블랙리스트'가 온라인에 올라온 것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민수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의 기동훈 대표(40)가 25일 첫 경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대 의학과를 졸업한 기 대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2011년 대한공보의협의회장, 2016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2018년 의사·의대생 전용 커뮤니티 모바일 앱 '메디스태프'를 출시하면서 의사이자 사업가로서 활동해 왔다.

메디스태프는 국내 첫 의사 전용 보안메신저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의사들은 직업 특성상 대화에 민감한 의료정보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기 대표는 메디스태프를 출시할 때부터 대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걱정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메디스태프는 의대 학생증이나 의사 면허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채팅이 자동 삭제되는 기능이 있다. 또 화면을 캡처하면 이용자의 전화번호가 남아 대화가 유출될 경우 최초 유포자를 찾기 쉽게 만들었다.

메디스태프는 메신저 채팅과 익명 게시판, 클럽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6월 기준 이용자 수가 2만 3000여 명으로 확대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의사 커뮤니티로 자리 잡은 메디스태프는 최근 의료대란 속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익명으로 남긴 게시물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전공의 자료삭제' 지침글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달 19일 사직하는 전공의들에게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침 글이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지난 7일 오전에는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 등이 적힌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올라와 논란이 됐다.

정부가 이탈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공보의들을 파견하자 지난 13일에는 군의관과 공보의들에게 진료 거부 및 태업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이 올라왔다.

한 대학병원의 교수가 전공의들의 리베이트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지난 19일에는 '병원 리베이트 사건의 전말'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교수의 신상을 유포하고 '내부 고발자'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교수가 게시글과 댓글 작성자 다수를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의료 시스템을 박살 내자'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보건복지부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메디스태프 홈페이지 갈무리

경찰은 지난달 22일과 지난 15일 두 차례에 걸쳐 메디스태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문제가 된 게시물 작성자와 메디스태프 임원 등 관련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기 대표는 25일 오후부터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지난 8일 '전공의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업무방해·협박 방조 등 혐의로 기 대표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기 대표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오로지 국민 건강을 위해 이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며 "플랫폼도 의료계의 건전한 소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