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새 밈’ 조롱, 더 완고해진 정부…출구가 안 보인다

의사들 SNS에서 ‘의새 챌린지’ 확산…감정 앞서
법과 원칙 앞세운 정부, 강경일변도 일색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3.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의 충돌이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양측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서로를 향한 총질에 의대증원이라는 본질은 희석되는 반면 막말과 망신주기식 거친 표현 등이 등장하면서 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사들 사이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의새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의새는 일각에서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미지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만들어 올리거나 SNS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새가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모습도 등장했다.

의새 챌린지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2월 19일 브리핑에서 '의새'로 들리게 발음하면서 시작됐다. 복지부는 "논란이 된 발음은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의사들은 이를 박 차관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행동 국면에서 박 차관은 정부의 입 역할을 하며 논리정연한 브리핑으로 여론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눈엣가시 같은 박 차관의 말실수를 풍자한 '의새 챌린지'로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이나 집단행동 대응 태도를 비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도 의새 챌린지라도 하는 듯 의사 가운을 입은 참석자가 닭과 비둘기의 탈을 쓰고 손팻말을 든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한 의사 가운을 입은 참석자가 닭의 탈을 쓰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3.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의협 측이나 집회 참가자 대다수는 과격한 행동이나 발언을 삼갔지만 "정부가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려 한다"는 등 여전히 격앙된 주장을 내놨다.

앞서 의사단체 간부들은 의사 자질을 고교 성적으로 판단하거나 자신들 상황을 매 맞는 아내로, 증원 발표를 성폭행에 비유하는 등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표현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논란이 된 의사단체 간부들 발언들과 관련해 박민수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 정서와 매우 동떨어졌다. 국민 위에 의사가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박 차관은 또 "도를 넘는 언행을 이제 그만 멈춰주기를 바란다. 이런 발언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많은 의사의 명예까지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2월 6일 증원 발표 이후 19~20일을 기점으로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폭증하자 현장 복귀를 호소했으나 3월 들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더욱 완고해진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복귀 시한을 2월 29일로 제시했고 같은 날 전공의들과의 만남도 마련했지만, 참여 인원이 소수에 그치는 등 큰 소득은 없었다. 이때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565명에 불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3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의대증원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집단행동 주동 세력에 대한 엄정 대응과 미복귀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날부터 전국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현장 실사에 착수해 미복귀가 확인된 전공의의 경우 '3개월 면허정지 처분 사전 통지-개인 소명'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한 경찰 소환조사는 6일로 예정돼 있다.

양측의 강대강 대치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이나 교수단체 등의 중재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절대하지 말아야 할 말 등이 있는데, 지금 언론 보도를 보면 감정적, 자극적인 언어로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갈등이 오래가면 중재하지 못한 정부와 여당에도 비판의 화살이 갈 수밖에 없다. 의학계 또는 사회 원로 그룹 등 어디선가 중재하지 않으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