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1 운동 성지' 탑골공원, 1890년 때 모습 복원…담장 허문다

서문 일대 콘크리트 담장 21m 정비…담장 허물고 서문 복원
전체 담장 정비가 목표…'슬럼화'된 탑골공원 개선작업도

갑진년(甲辰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4.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오현주 기자 = 1890년대에 지어져 3·1절 독립운동 성지이자 서울 종로구 상징이 된 탑골공원이 담장 정비 사업 등을 통해 130여 년 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1일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구는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탑골공원 서쪽 담장 일부 구간 정비사업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해당 구간에 위치한 담장이 '문화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약 21m에 달하는 담장을 허무는 작업을 허가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안건이 (해당 작업이) 조건부 가결됐다"며 "매장 문화재법에 따라 관계 부서와 협의하고 시굴 조사 때 관계 전문가가 참관 조사하는 게 조건"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에 위치한 탑골공원은 조선시대 원각사터에 세운 서울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1991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는 등 3·1 운동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10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탑골공원은 그 문화재적 가치를 크게 잃었다. 여러세대를 아우르지 못하고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기피공간으로 변질하며 '슬럼화'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종로구는 탑골공원 개선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 시작이 담장 정비로, 낙원상가 쪽에 위치한 서문 인근의 콘크리트 담장 약 21m 구간을 허무는 작업이다.

구의 1차 목표는 서문의 위치를 원래 위치에 복원하는 것이다. 당초 탑골공원은 타원형 모양에 동·서·남·북문이 위치해 있다. 세계만방으로 뻗어나간다는 의미를 지닌 형태다. 하지만 1967년 현대화 차원에서 공원 주변에 상가 건물 '파고다 아케이드'가 지어졌고, 이때 서문이 사라졌다.

상가는 문화재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1983년 철거됐다. 동시에 공원 경계에 담장이 지어지면서 서문은 지금의 자리에 새로 건설됐다. 종로구 관계자는 "지금의 서문은 문화재적 가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담벼락 형태 역시 1980년대 유행하던 콘크리트 담장"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구는 3·1절을 맞아 이날 해당 구간의 담장을 일부 허무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서문 복원 작업을 시작으로 이후 옛 담장과 옛 서문 등의 흔적을 찾는 등 발굴 조사에 돌입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과 지속적인 연구와 심의를 통해 가장 적절한 안을 추려낼 것"이라며 "옛 담장을 복원할지, 옛 담장의 흔적만을 남겨둘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의 최종 목표는 탑골공원을 둘러싼 담장 전체를 허물어 공원 자체를 시민에게 전면 개방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단순히 문화재 복원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탑골공원이 지닌 3·1절 독립운동의 가치 등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있도록 탑골공원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는 담장 재정비와 동시에 탑골공원 슬럼화 개선 사업에도 나선다. 종로구는 깨끗한 탑골공원을 위해 1월 새로운 TF(태스크포스)를 꾸린 상태다. 구체적으로 공원 종류를 근린공원에서 역사 공원으로 바꾼다. 조경 역시 재설계하고, 화장실도 새롭게 짓는다.

또 구는 많은 노인들이 안국역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해당 센터에서 무료 급식을 위해 발급받아야 하는 카드를 알리고자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 홍보부스도 연다.

종로구 측은 "올해는 (개선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원년"이라며 "탑골공원의 문화재적 가치를 되찾고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