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2.7만명 '역대 최다'…그 뒤엔 360만명 '신음'[일상된 마약]①

전년대비 50% 급증, 10대·여성 비율 급격히 높아져
전문가들 '마약과의 전쟁' 승기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편집자주 ...'30분이면 가능' 배달음식 광고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약 광고 문구다. 마약사범은 폭증했고 심지어 10대 청소년이 마약을 사고 판다. 마약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뉴스1은 일상 속으로 파고든 마약의 심각성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한다. 첫번째로 '마약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준비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2만7611명 vs 360만명"

(서울=뉴스1) 박동해 유민주 기자 기획취재팀 = 지난해 한해 동안 '마약류 관련 범죄'로 단속된 인원과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실제 마약류를 투약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이다.

마약 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공식 통계로 잡히지 않는 숨겨진 범죄)'다. 단속된 인원과 실제 마약류 사용자 사이의 간극이 큰 이유다. 마약 사범 숫자가 지난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숨어있는 마약 사범이 400만명을 이미 돌파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 '마약과의 전쟁'에도 '역대 최다·최고' 기록 갈아치운 마약 사범

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 사범은 2만7611명을 기록했다. 전년도 1만8395명에서 무려 50%가 증가한 숫자로 역대 최고치다. 국내 마약사범의 숫자는 1999년 처음으로 연간 1만명을 돌파한 뒤 크게 늘지 않았다가 2015년에 다시 1만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마약사범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세 이하 미성년자 사범의 숫자는 1477명으로 전년도 481명이 비해 3배 넘게 늘어 처음으로 1000명대를 기록했다. 이 중 92명은 15세 미만 사범이었다. 20대 사범도 5804명에서 8368명으로 전년대비 44% 증가했다.

여성 사범의 비율도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지난해 여성 마약류 사범은 8910명으로 전체에서 32.3%를 차지했다. 전년 4966명(27.0%) 대비 역시 급격한 증가세다. 여성 사범의 비율은 2016년 20%를 넘어선 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마약 사범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수사와 적발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소년과 여성 투약자들이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회 전반으로 마약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실제 마약 사범 400만명 이상…'폭증' 막을 마지막 기회

더 큰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마약 사범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언론에서 주로 차용해온 암수율은 10배~28.57배다. 실제 마약 사범은 검거된 마약 사범의 최소 10배가 넘는다는 의미다. 대검찰청 등 수사기관은 그동안 암수율을 10배 정도로 추정해 왔다.

박성수 세명대학교 교수는 2019년 진행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를 통해 암수율이 28.57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 암수율 적용하면 실제 투약자 수는 27만명에서 78만명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마약 중독 임상 분야 전문가인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정도 숫자는 과소 추계됐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실태조사를 해본 결과 전통적인 마약류에 유해물질·의약품 오남용을 포함해 추산하면 마약 사범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004년과 2014년 20~60대를 대상으로 비례할당표본 추출방식으로 두 차례 약물사용실태조사를 진행했다. 2004년 조사에서 마약류 사용자는 조사대상에 2.5%를 차지했다. 유해흡입물질, 일반의약품의 환각 목적 오용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4.6%까지 올라갔다.

2014년 조사에서는 마약류 사용자는 1.4%로 줄어 들었다. 하지만 치료목적이 아닌 환각 등의 목적으로 일반의약품을 오남용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그 비율이 10%까지 증가했다. 20~60대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그 숫자가 360만명에 이른다.

이를 근거로 김 연구위원은 추정 암수율이 적게는 51배에서 많게는 350배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평생 약물사용경험' 자료를 사용했기에 숫자가 과대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간과할 수 없는 숫자다. 지난해 마약 사범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마약류 사용자는 4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에서 마약경험자들을 대면해 온 이들도 하나같이 투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제가 이미 2006년에 100만은 넘는다고 했었고 지금은 200만은 넘는다고 본다"라며 "의료용 약물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합치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과 만난 마약경험자 A도 자신이 투약자의 세계에 들어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마약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많아요. 계층을 떠나서 밑바닥부터 위까지 너무 많고 나이대도 그렇고, 성별, 직업, 재산 상관없이 약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라며 더 이상 마약은 특정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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