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지역인재 유리"…초등부터 '지방유학' 늘어난다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수시 합격선 다른 전형보다 낮아
"선발 비율 40→60% 확대, 합격선 더 하락할 것"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고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에 지역인재전형이 다른 일반전형보다 훨씬 유리해지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지역으로 이주하는 '지방 유학'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의료계·교육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이후 2035년까지 10년간 총 1만명까지 정원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대학별 배정인원은 교육부와 논의한 뒤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비수도권 의대에 적용되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현행 40%에서 60%까지 확대한다. 의대는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에 따라 신입생의 40%(강원·제주 20%)를 지역인재로 뽑아야 하는데, 이 비율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에서 근무할 필수 의료진 확보를 위해 증원분을 지역인재전형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의대에 진학하는 게 다른 일반 전형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지역인재전형은 지난해(2023학년도) 입시에서도 다른 일반전형보다 수시 내신 합격선이 낮았다.

종로학원이 지방 의대 27개교의 지난해(2023학년도)수시 일반전형 합격 후 최종 등록한 합격생의 '백분위 70%컷'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백분위 70%컷은 최종 등록한 합격생 중 상위 70%의 내신 평균 등급을 일컫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점수를 참고했다.

중간·기말고사 등 내신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 기준으로 지역인재 전형의 합격선은 평균 1.27등급을 기록한 반면 동일한 지방권 의대 전국선발은 1.19등급이다. 경기·인천권은 1.09등급, 서울권은 1.06등급으로 만점에 가까울 만큼 높다.

내신 성적과 동아리·진로활동 등 실적 등도 함께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경우 70%컷은 더 낮았다. 지역인재전형 학종 내신 평균 합격선은 2.08등급인데, 이외 경인권은 1.89등급, 서울권 1.44등급, 지방 전국선발 1.39등급으로 나타나 모두 지역인재전형보다 높았다.

이번 증원 규모가 입시에 반영되면 합격선도 현재보다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확대가 맞물려 지역과 학교 간 합격 점수 격차도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이고, 합격선이 매우 떨어지는 이례적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높아지고 정원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일찍이 '지방 유학'을 선택하는 수요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려면 2027학년도까지는 고등학교를 비수도권 의대 소재 지역에서 나와야 하고, 2028학년도부터는 자격 요건이 강화돼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도 의대 소재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증원은 고등학교 입시와 중학교 전·입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 대표도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의대뿐만 아니라 치과대학, 한의대학, 약학대학 모두 유리한 구도가 됐다"며 "서울과 수도권 학생들이 중학교 때부터 지방권으로의 이동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을 정도의 증원 규모"라고 분석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