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엎어놨다' 또 사망…부모의 무지 vs 아동 학대 '갑론을박'

전문가들도 '양육 미숙' '위험성 인지' 의견 엇갈려
英, '엎어재우지 말자' 캠페인 이후 사망률 1/3로 줄어…"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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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최근 인천에서 생후 49일 쌍둥이 여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기 엎어 재우기'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엎어 재우기를 단순히 부모의 무지로 볼 것인지, 일종의 아동 학대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친모 A씨(24)가 생후 49일 된 쌍둥이 여아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아이들이 울어 매트리스 쪽으로 엎어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아동학대치사죄는 아동학대살해죄와 달리 살인의 고의가 없을 때 적용한다. 아이를 엎어 재우다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된다. 아이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는지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아동학대치사죄로 신병을 확보한 다음 고의성 여부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가 이뤄진다. 고의성이 입증되면 더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고의성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수사가 진행되면서 문자메시지나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 부검 결과를 통해 증거가 나오면 추후 혐의나 공소장을 변경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엎어진 아이가 사망한 경우 부모의 무지나 양육 미숙에 따른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부모의 폭력성으로 인해 학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부모의 양육 미숙 때문"이라며 "아이를 어떻게 보육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무관심과 방임이 겹쳐 아이를 사망하게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인 박명숙 상지대 교수는 "상식적으로 아이가 계속 울면 안고 달래거나 병원 등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아이가 엎어지면 당연히 호흡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그렇게 했다는 것은 아이를 보호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는 아기를 '엎어 재우는' 문제로 고민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뒤통수가 예뻐진다'는 이유로 아이를 재울 때 자세를 돌려가며 눕히는 것이 좋다는 속설이 많이 퍼진 탓이다. 이 때문에 엎어진 채로 자던 아기가 질식사하는 사례도 종종 나왔다.

이 회장은 "영국에서도 아이를 엎어 재우면 숨이 막혀서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들이 많았는데 이를 알리는 국민적 캠페인으로 영아 사망률을 3분의 1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고의성이 인정돼 살해로 판명된 사례도 있다. 2020년 서울 양천구에서 '정인이 사건'의 경우 상습 폭행과 학대를 가했던 양모에 대해 살인죄가 적용돼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부검 결과 복부에 강한 둔력으로 인한 장기 파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정규 의무교육에 부모교육을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 교수는 "양육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부모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아동을 보호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