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년 고립 '대학가' 가장 심각…경제적빈곤에 외부소통 '관심밖'
경제적불안·사회적관계·활동·고립형생활 등 고립 지표 도출
'실내서 OTT 시청'은 도봉, 관악, 금천 "사회적 고립 지수 높아"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 청년 1인 가구 가운데 대학가에 거주하는 이들이 외부 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등 '사회적 고립'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각각 다른 유형의 고립도 관찰됐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진은 최근 서울연구원 지원을 받아 '서울시 청년의 사회적 고립지수 도출과 생활환경 분석을 통한 정책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서울 20~39세 1인 청년 가구의 사회적 고립 정도와 이에 대한 영향 요인들을 424개 행정동별로 분석했다.
종합적인 사회적 고립 정도는 중구 장충동, 관악구 대학동, 종로구 혜화동 등 자치구와 관계없이 대학가에서 높았다. 대표적 대학가인 동대문구 회기동, 성북구 안암동 등도 순위상 424개 행정동 가운데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종합 고립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지역이었다.
종합 고립지수는 연구진이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도출해낸 '경제적 불안정성' '사회활동' '고립형 생활' '사회적 관계' 4개 요인을 모두 포괄한 수치다. 종합 고립지수가 높다는 것은 해당 지역 청년들이 임대료를 비롯한 재정 문제에 쫓기며 외부 활동·카카오톡 등을 통한 비대면 소통에 적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4개 유형 가운데 '경제적 불안정성'에는 개인 휴대폰 요금 연체 비율/소액결제 금액 등 정보가, '사회활동'에는 근무시간/지하철 이동일 수/평일·휴일 이동 횟수 등이 포함됐다.
'고립형 생활'에는 동영상(웨이브, 와챠, 티빙 등 OTT 서비스) 방송 서비스 사용일수/게임 이용 시간/평일·휴일 집 체류시간 등이 포함됐으며 '사회적 관계'는 통화량/문자량/통화·문자 대상자 수/카카오톡 사용 인구수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OTT 사용일수가 많을수록 '고립형 생활' 고립지수가 높고 통화·문자량이 적을수록 '사회적 관계' 고립지수가 높은 식이다.
특히 유형별로 지역적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제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강남구, 용산구, 강북구, 관악구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성북구, 서대문구, 노원구 등은 낮았다.
연구진은 "논현, 이태원, 신림 등 상권이 발달한 지역에서 청년의 경제적 불안정성 고립지수가 높게 나타난다"며 "상권이 발달한 지역에서 높은 임대료로 소득 가운데 많은 부분이 주거비로 지출되는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회활동' 측면의 사회적 고립은 성북구, 종로구, 동대문구, 중구가 높았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보다 근무, 통학, 이동 등 사회적 활동의 빈도가 낮았다는 의미다.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 송파구 등은 청년의 사회활동 고립 수준이 낮아 이동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체로 한강 이북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군집화된 패턴으로 높은 사회활동 고립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해당 지역의 인프라, 도시환경이 청년의 사회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립형 생활' 차원의 사회적 고립지수는 도봉구, 관악구, 금천구가 높았다. 해당 지역 청년들이 외부 활동을 하는 대신 실내에서 OTT 서비스 등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구내 문화여가 시설의 여건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 '사회적 관계' 고립지수는 강남구에서 예외적으로 낮게 나타났고 그 외 지역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강남구가 서울의 경제, 상업 중심지로서 다양한 일자리와 사람들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봤다. 강남 지역에 서비스 업종이 많은 점 또한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종합 고립지수가 높은 곳들은 모든 유형의 고립에서 골고루 고립지수가 높았다"며 "지역 청년들의 고립 해결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이번 연구로 지역에 따라 사회적 고립의 다른 측면이 부각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고립을 유발하는 지역적 특성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회적 고립 해결에 지역 여건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이 제공하는 '서울 시민생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서울 시민생활 데이터는 서울시와 SKT가 공공빅데이터·통신데이터 가명결합으로 추정한 1인 가구에 관련된 데이터로 공식 인구 통계상의 1인 가구에 대한 정보는 아니다. 그러나 인구 등록센서스와 0.9 이상의 상관계수를 보일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 가운데 행정동별 20~39세 남·녀 데이터를 분석에 이용했다. 서울 시민생활 데이터는 매월 단위로 제공된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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