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권한으로 年 2000억 아낄 수 있다"…건보공단 숙원 이룰까
의료계·수사기관 반대…건보공단 "재정 누수 막을 특단"
"비공무원이 할 만큼 타당?"vs"수사기간 단축·재정절감"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눈먼 돈처럼 여기며 갉아먹는 사무장병원 등의 근절을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달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청이 올해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사경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전문적 지식을 가진 공무원 등이 검사 지휘를 받고 특정 직무 범위 내에서 수사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비영리법인으로 운영하는 병원으로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다 보니 환자는 뒷전이고 돈벌이에 급급한 경우가 다반사다. 영리추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의 질은 낮고 과잉진료 가능성이 높다. 의료기관 개설 자체가 불법이어서 건강보험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데도 부당 청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불법개설기관은 총 1717개소, 토해낼 돈은 무려 3조3762억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6.92%(2335억원)에 그친다. 지난해에만 64개의 불법기관에 252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들어갔다.
불법개설기관으로는 사무장병원 외에도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사 명의를 빌려 약국을 열거나 약사가 자신의 명의로 약국을 연 뒤 타인의 명의를 빌려 또 다른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면허대여약국의 경우가 있다.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환수는 어렵게 된다. 2014~2022년 기준 수사 의뢰 후 수사 결과 확보에 걸린 기간은 평균 345일, 11.5개월에 달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불법을 저지른 이는 증여, 허위 매매 등으로 재산을 은닉해 환수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다.
보건복지부에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는 특사경이 있지만 3명뿐이다. 게다가 면허대여약국에 대한 수사권은 없다. 지방자치단체 특사경은 시설 안전, 식품·공중위생 등 18개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직무와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보공단은 "대다수 사무장병원 등은 수익 증대에 몰두해 특정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며 의약품 오남용, 일회용품 재사용(2차 감염 발생), 과밀병상 운영 등 국민 건강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무장병원 문제는 신속히 조치해야 할 긴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사무장병원 등에 관한 조사에 특화된 전문 인력도 많고 수사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공단은 특사경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공단 내 특사경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정춘숙·서영석·김종민·이종배 의원이 공단 임직원에게 불법개설기관에 한해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각자 대표발의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 계류돼있다.
복지부도 찬성 입장이다. 현행 복지부와 지자체의 특사경 인력만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장관의 추천을 거쳐 특사경을 임명하면 비공무원의 권한 남용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관련 보고서를 냈다. 문심명 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단속의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공단은 수사 활동에 필요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직무수행 시 월권 우려 등에 제재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특사경 내 수사심의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검사의 수사지휘가 배제될 수 있으며 수사의 밀행성, 독립성, 수사 보안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공무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비공무원이 특사경 권한을 가진 사례는 금융감독원(불공정거래행위), 민영 교도소(교도소 범죄), 국립공원관리공단(국립공원 내 경범죄), 기장·선장 등(기내·선내 범죄)뿐이다.
공단 특사경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단속·지도 권한이 없는 기관에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최근 열린 국회 법사위 제1소위에서도 일부 반대 의견이 제기돼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관련 수사에 공단의 전문성·대표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스스로 이를 적발할 수 있게 하는 등 자율적인 규제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 수사보다 특사경을 통한 공단 수사가 국민 건강과 사무장병원 등의 적발을 통한 재정 누수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이고, 공단의 전문성·대표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나와야 입법 논의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특사경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더욱 강화해 올해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공단은 뉴스1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국민 생명·건강을 보호하고, 신속한 수사 착수·종결로 연간 약 2000억원의 재정 누수 차단이 가능하다. 이렇게 확보된 재정은 수가 인상·급여 범위 확대 재원으로 의약계 수익증대와 보장성 확대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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