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학원가 수능 직전까지 배포"…교재 모은다지만 '미봉책' 불과

'사교육 카르텔' 긴급 회의서 대책 발표
다양한 출제진 양성 등 근본적 대책 필요

서울 목동 학원가의 모습.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수능 2주 앞둔 시점까지 '파이널의 파이널의 파이널' 모의고사 나오는데 무슨 말이에요. 분명히 다 못 봐요."

2년 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사회탐구 영역 '일타강사'의 조교로 근무했던 강모씨(27)는 수능 출제본부가 합숙에 들어간 이후에도 사설 모의고사를 입수해 검토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를 통해 출제진이 입소한 뒤 사교육 업체의 모의고사를 입수해 비슷한 문제가 출제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한 '일타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제 지문과 동일한 경위에 관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고, 이듬해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연계교재 감수본에도 해당 지문이 들어갔던 사실이 밝혀지자 교육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통상 '파이널 모의고사'는 수능 직전까지 이어지고, 유명 학원가의 '현장강의'를 듣는 수강생들만 받을 수 있는 문제들도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동안 수능 출제본부 위원들은 수능 출제와 보안 유지를 위한 합숙에 들어가는데 그동안 합숙 기간 전에 출시된 시중 교재와 모의고사 만이 수능 출제 예비문항과의 대조 대상에 해당됐다.

이번 대책에서 교육부는 합숙 시작 뒤에 나온 시중 교재들까지 점검 범위를 넓힐 계획이지만, 대체로 인터넷강의와 학원가 현장강의의 '파이널 모의고사'는 9월 모의평가 이후부터 수능 전 2주까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출제 기간 중 문항 최종 점검, 인쇄, 배송 등에 최소 2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사실상 수능 직전에 배포되는 교재들은 들여다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 강남구 대치동·양천구 목동 등 유명 학원가에서 운영되는 일타강사들의 현장강의에서는 수강생들만을 위한 '자료집'이 배포된다. 자료집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고 강의를 출석한 수강생만 받아갈 수 있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이들 자료 역시 교육부가 확보해 점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3년간 수능 국어 영역 일타강사의 조교로 근무한 이모씨(26)는 "인터넷강의도 같이 운영하는 강사의 경우 파이널 모의고사는 현장강의에서도 똑같이 진행하지만 '현강생'(현장강의생)에게만 주어지는 학습지형 자료들이 특히 수능 직전에는 아주 많다"며 "강사들의 온갖 정보력을 동원해 만든 자료라 따로 배포하는 건데 이걸 다 확보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유사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과 사교육 업계 간 유착을 막고 다양한 출제진을 양성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즉흥적인 대책은 소용이 없다"며 "수능이 실시된지 30년이 흘렀는데 전문적인 출제 능력을 확보한 유능한 출제진을 폭넓게 양성해야 유착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사교육 업체 간 '카르텔'에 전 교육부 장관 및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한 사교육업체 대표가 연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입학본부에서 일했던 전직 입학사정관들이 현재 서울 대치동 입시업체에서 대입 컨설턴트로 일하고, 전·현직 교육부 인사 등 고위 공무원들이 사교육 관련 주식을 소유하거나 퇴직 후 사교육업체 임원으로 취업하는 등 공교육과 사교육 간 유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정부에선 사교육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고를 받으면 조사하는 수동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사교육계 카르텔을 타파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