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로스' 극복 위해 '반려견 복제'…옳은 선택일까[체크리스트]
복제견 위해 불행한 도너견…복제견도 버려질 위험 있어
"동물 복제 관련 법 필요"…"복제, 사랑 아닌 소유욕"
-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
강아지가 죽으면 강아지 행성으로 떠난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 떠난 강아지가 돌아오면 어떨까요. 최근 유튜브에 세상을 떠난 반려견의 DNA로 복제한 강아지 2마리를 데려왔다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반려견을 잃고 괴로웠으나 지금은 복제견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동물 복제로 아픔을 극복하는 게 윤리적이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누리꾼은 "강아지를 복제하는 과정에 또 다른 아이들이 희생된다고 하니 비윤리적이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되자 해당 유튜버는 "복제 과정에서 개들이 죽거나 버려지지 않았다"고 반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자를 제공하는 도너(donor)견과 태어나는 복제견 모두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 한 마리 복제견 위한 10마리 도너견의 고통…복제돼도 버려질 가능성 있어
동물 복제를 위해선 먼저 체세포를 추출해야 합니다. 이후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한 뒤 수정란을 만들고 자궁에 착상하는 것이죠.
문제가 되는 지점은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입니다. 복강경으로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강아지가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과 교수는 "동물들은 사람보다 복강경이 들어가는 통로가 얇기 때문에 난자를 채취할 때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난자를 제공하는 도너(donor)견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사람과 달리 강아지는 1년에 2번 배란을 하는데요. 사람에 비해 배란하는 횟수가 적다보니 빠른 시일 내에 복제견 출산을 하려면 강아지 여럿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 마리 출산을 위해서는 도너견 약 10마리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태어난 강아지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견주에게 버려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요. 먼저 견주가 원하는 성향을 갖지 못한채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견주는 죽은 강아지와 같은 활달한 성격을 기대했는데, 복제견이 그 성향을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날 수 있는 것이죠.
건강 우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제동물은 대개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상 속의 강아지를 복제한 업체는 아예 공지를 통해 "강아지가 고객에게 납품됐을 때 복제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회수여부를 결정하고 재복제를 진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전문가 "동물 복제 관련법 마련 필요"…"복제는 '소유욕'에 가까워 "
동물 복제 관련 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법이 없으니 관리나 감독이 불가능합니다. 한주현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는 "동물 실험과 달리 동물 복제에 관해서는 아예 규정된 법 자체가 없다"며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실험동물 법조차 준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복제와 관련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상업적 목적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동물을 복제하는 게 입법 공백의 영역으로 있는 것은 맞지 않다"며 "멸종위기 동물 복원 등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복제를 허용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복제를 통해 팻로스 증후군(pet loss·반려동물을 잃고 우울감에 빠지는 증상)을 극복하려는 견주의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복제는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라는 얘기죠.
조지훈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원장은 "강아지를 잃은 후 건강하게 이별하는 게 중요한데 강아지를 복제하는 것은 자신이 강아지를 언제나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소유욕으로 보인다"며 "헤어짐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바뀐 일상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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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