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주노동자 고용허가 사업장 6만개…정부 점검 단 9.2% 불과

[이주노동자의 눈물]③작년 2월 '임금체불 이주노동자' 국가책임손배 청구
노동부 신문고에 문제 제기…정부 "지도 대상 규모 확대할 것" 답변만

편집자주 ...새해가 되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활짝 웃는 사진이 언론에 실립니다. 그들은 '다문화'의 상징으로 소개됩니다. 그러나 임금을 받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은 남몰래 눈물을 흘립니다. 2023년 기준 한국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액 추정치는 1300억원에 달합니다. 은 이주노동자의 임금 체불 실태와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추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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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신고하지 않아 임금이 체불되고 있는지 몰랐다."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A씨(30)가 제기한 체불임금 소송에서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답변이다.

A씨는 지난해 2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상습·장기 임금체불을 한 농장주와 해당 농장에 외국인 고용을 허가한 정부를 상대로 각각 7000만여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 문제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첫 사례다. 노동부 조사에서 인정된 체불임금은 3400만7158원인 반면 A씨는 체불임금이 6227만9780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이주 노동자가 사업주와의 관계 때문에 임금체불 사실을 신고하지 못했더라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이 임금체불 사실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노동부는 임금체불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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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지도·점검 의무"…노동부, 6만개 중 5500개만 실시

그러나 현행법상 고용노동부는 매년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현장을 점검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사실을 인지 못했다는 이유 만으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근로자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4항, 동법 시행령 23조 제2항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1회 이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대로 지도 점검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시행령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 전체에 대해 매년 1회 이상 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매년 3000개소 사업장을 점검했고 2023년도에는 5500개소로 점검대상을 늘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 고용허가 사업장은 5만~6만개소에 이른다. 고용노동부가 점검한 대상은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A씨 소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고용노동부 신문고를 통해 전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다. 지난달 27일 돌아온 답변은 "지도·점검 대상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내용뿐이었다.

최 변호사는 "농장주가 지급능력이 없다면 국가는 해당 사업장에 고용허가를 내주면 안됐다"며 "5년을 일하는 동안 노동자가 신고를 안했다고 국가가 사실을 인지조차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농장은 A씨가 근무하던 기간 동안 임금체불에 대비한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고용법상 고용주의 임금체불 등으로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노동부는 고용허가를 취소했어야 한다.

최 변호사는 "임금체불 사실이 드러난 만큼 고용을 허가한 국가는 책임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