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기적"…새해 맞이로 모처럼 서울 도심에 활기

'제야의 종' 보신각· 홍대 거리 등 인파 몰려…'신년 사주' 인기 몰이도
시민들 "2024년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시민들이 리허설 현장을 구경 중이다. 2023.12.31 ⓒ 뉴스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임윤지 장성희 기자 = "하나, 둘, 셋 점프!" "경찰관님 죄송한데 가족 사진 한장만"

31일 오후 7시. 제야의 종소리 타종 행사가 예정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는 2023년 계묘년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목도리와 롱패딩 등으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보신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대형 모니터에 자기 얼굴이 비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등 하루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초읽기 리허설이 진행돼 전광판 속 숫자가 줄어들 때면 시민들 사이에서 "진짜 올해 끝이다" "마지막이 실감난다" 등의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실내장식 디자이너라고 직업을 밝힌 40대 김모씨는 "보신각 행사 영상 중에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기적'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며 "코로나19 직후엔 조용한 연말이라 우울했는데 오늘은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연말 열기인지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중국인 유학생 20대 조모씨는 "4년째 한국에 머물다 내년 2월 귀국을 앞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신각 행사를 보러 왔다"며 "중국도 이런 비슷한 행사가 열려 가족 생각도 많이 난다. 이참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보신각 앞에서 갑진년 소망을 빌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모양(14)은 "TV에서만 보던 보신각을 실제로 보니 웅장하고 큰 것 같다"며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며 힘든 일이 많았는데 종 치는 걸 보면서 내년엔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귈 수 있게 해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막 상경했다는 60대 안모씨는 "2년 전 손자가 태어나서 아이도 봐줄 겸 서울로 올라왔다"며 "난 아파도 손자는 아프면 안 된다. 갑진년에도 우리 손자가 무럭무럭 잘 크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라며 웃었다.

31일 오후 서울 홍대 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3.12.31 ⓒ 뉴스1 장성희 기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도 계묘년 마지막 날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기온이 비교적 높은 탓인지 롱패딩이나 목도리 대신 짧은 패딩이나 코트를 차려입은 이들이 많았다.

일부는 밝은 표정으로 탕후루 등 가게 앞에서 줄을 서거나 꽃 등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걷는 모습이었다. 사주카페가 모인 거리엔 '신년 운세 2024'라 붙인 종이 밑으로 1~2인 손님이 끊임없이 들락거렸다.

이곳에서 사주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크리스마스부터 지금까지 가장 사람이 많아진다"며 방문객이 평소보다 한 30%가량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나온 대학생 이모씨(22)는 "내년 5월에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하길래 기대 중"이라며 "주위 사람들이 건강한 게 2024년 소망이다. 오늘 하루는 일단 친구랑 한잔하며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웃어 보였다.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남모씨(27)는 "올해 한 것도 많지 않은데 벌써 1년이 다 지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라며 "내년에는 지원서를 넣은 곳에 꼭 붙어서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신각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는 타종 행사는 1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야의 종 행사는 1953년부터 70년째 이어진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로, 타종 1시간 전인 오후 11시부턴 탈놀이와 북청사자놀음, 농악놀이패 공연 등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타종 직후 세종대로엔 '자정의 태양' 구조물이 뜰 예정이다.

행사장 인근인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이날 오후 11시부터 1일 오전 1시까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5호선 광화문역은 혼잡 발생 시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출입구를 통제할 예정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