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 상담 이달 예약 꽉 차"…연말연시 '비대면 사주집' 찾는 MZ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SNS 사주·타로 상담 MZ사이 인기
건대입구 사주골목 '썰렁'…"확실히 손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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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매일 저녁 상담 인원은 5~6명으로 정해져 있어요, 내년 운세를 보려면 다음달 8일부터 예약 가능합니다"

19일 오전 용하다고 소문이 난 '비대면 사주집' 사장 A씨는 벌써 이번달 예약이 다 찼다고 안내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 꾸준히 사주명리 콘텐츠를 올리는 A씨는 전화, 영상, 카카오톡 채팅으로만 상담을 진행한다.

새해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내년 운세 등 점을 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MZ세대가 주류가 되면서 직접 점집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채팅이나 화상 등 온라인이 대세가 됐다. 언제 어디서든 상담이 가능하고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최근 비대면 카카오톡 타로 상담을 신청한 박모씨(27·여)는 채팅방에 입장하자 "온라인으로 상담할 때는 내담자님과 저의 에너지 파장이 중요합니다. 잠시 계신 곳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한 다음 상담을 진행하겠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았다.

잠시 정신을 집중하고 5분이 지나자 타로 카드사진 3개를 전송받았다. 상담자는 "내년 운세를 보기 전 올해가 어땠는지 먼저 말하겠다"며 박씨가 일처리에 성급한 면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의 주의점을 설명했다.

사주보다 타로를 선호한다는 박씨는 "사주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줘야 해서 찝찝한 느낌도 있는데 타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마음도 편하고 직접 방문할 시간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물론 운세나 점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 특성상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 많다는 이모씨(28)는 "유선 상담은 기차안에서 눈치도 보이고 불편한데 채팅 상담은 필요할 때마다 간단하게 잠깐씩 받을 수 있어서 자주 사용한다"며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부분이 큰 것 같고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한번씩 상담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운세 상담 비용은 가게 명성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지만 보편적으로 채팅상담은 1만원대, 음성상담은 2만원대, 영상상담은 3만원대 수준이다.

19일 오후 건대입구역 인근 사주골목.

MZ세대 가운데 점을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주로 점을 통해 묻는 질문은 취업·연애상담·결혼시기 등으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인구직·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10~30대 16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가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청소년 5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운세 경험을 묻는 질문에 65.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운세 서비스를 보는 비율이 39.4%, 스마트폰 운세 애플리케이션이 28.9%, 사주카페 방문이 11.3%로 나타났다.

점을 보는 이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점집들은 울상이다. 건대입구 쪽에 있는 사주골목이 대표적이다.

19일 방문한 건대입구역 인근 사주골목에는 수십개의 사주 노점상이 300미터 가량 이어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은 벌이가 크지 않아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보니 일주일동안 노점 사장과 번갈아가며 출근해 상담한다고 설명했다.

노점상은 3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크기였다. 유리문에는 '전화·카톡 상담 가능', '예약 방문 필수'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다른 가게보다 일찍 문을 연 가게들은 손님 방문이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노점에 주 3일 출근한다는 B씨(51)는 "문 앞에 대기 의자가 있을 정도로 소문난 집도 있는 반면 경쟁이 치열해 금세 문을 닫는 집도 많다"며 "사장님이 포털사이트랑 유튜브에 그래도 홍보를 계속 하고 있어서 여기는 젊은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장소를 옮겨다니며 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C씨(41·여)는 "성수동도 가보고 다른 대학가에서 일을 해봤는데 경기가 안 좋다보니 장사가 다들 안된다"며 "자릿세를 내려면 꾸준히 손님이 있어야 하는데 겨울엔 날도 추워서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