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트 대충 입고 나왔다 카페로"…올해 최강 한파에 시민들 '당혹'

"뒷목 뻑뻑, 어깨 뭉침"…서울 체감 온도 -19도
실내 쇼핑몰·카페 여전히 북적…주말 직장인 사무실서 '도시락'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며 영하권 날씨를 보인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에 눈이 내리고 있다. 기상청은 기온이 점차 떨어져 17일부터 영하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2023.12.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집 근처 마트가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걷다가 추워서 중간에 잠깐 카페에 들어왔어요"

17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모씨(22)는 연신 빨개진 두 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김씨는 주말에 자취방 근처 동네마트로 장을 보러 나왔다가 예상치 못한 추위에 잠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김씨는 "집 안에서도 밖이 평소보다 더 춥다는 걸 느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가까운 거리라 두껍게 입지 않았는데 바람까지 부니까 뒷골이 땅기고 어깨가 뭉치는 느낌이 들어서 몸을 좀 녹이고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 전국에 돌연 '한파 특보'가 발령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서울 최저 체감 기온은 -19도로 이번주 내내 추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을 간다는 이모씨(57·여)는 "결혼식에 패딩을 입긴 좀 그래서 코트를 입었는데 워낙 춥다해서 안에 네 겹을 입고 조끼 패딩까지 입었다"며 "머리 헝클어질까봐 모자를 안 썼는데 그냥 갖고라도 나올 걸 후회된다"며 코를 훌쩍였다.

왕십리역 외부 플랫폼에서 플리마켓 장사를 하는 김모씨(30)는 "지나가는 손님들이 구경을 하려다가도 추워서 눈길만 주고 발길을 돌린다"며 "여기 장사하는 사람들도 장갑, 털모자, 롱패딩 입고 중무장을 했는데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서 오늘은 (장사를)오래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낮 12시. 서울 잠실역 지하 벤치에 자리들이 메워지고 있다. 2023.12.17/뉴스1 ⓒ News1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반면 실내 쇼핑몰과 카페에는 주말 약속을 미루지 않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잠실역 지하 광역버스환승센터로 가는 길목에 마련된 수십개의 벤치는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부족했다.

여자친구를 기다린다는 한모씨(25)는 "평일에 잘 못 만나서 주말에 데이트를 하는데 원래 전시회를 보려고 좀 멀리 가려다가 추워서 취소했다"며 "롯데타워에서 점심 같이 먹고 영화 보려고 예약했다"고 말했다.

롱패딩 모자까지 눌러 쓰고 그 위에 목도리를 두른 정모씨(30·여)는 "친구가 약속에 좀 늦을 것 같다고 해서 20분 정도 밖에서 기다리다가 지하철역 안으로 내려왔다"며 "원래 성수동 빵가게 투어하려고 했는데 추워서 못 돌아다닐 것 같고 실내 쇼핑몰만 돌다 갈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추위로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주말 당직 근무로 출근한 A씨는 "점심 시간은 최대한 나가서 먹고 들어오는 편인데 오늘 너무 추워서 단체 도시락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왕십리역 인근에서 국밥 장사를 하는 B씨는 "아무래도 겨울이라 국물 찾는 손님이 늘긴 했지만 주말 장사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도 "요즘 날이 워낙 추우니까 배달량은 평소보다 더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준비 중에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