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앞두고 '임대문의' 즐비한 대학가…" 또 이 겨울방학 어떻게 버티나"

신촌 평균 공실률 16.1% 코로나보다 힘든데…토막난 매출 사라진 특수
학생 소비도 '꽁꽁'…전문가들 "대학가 상권 경쟁력 올리는 게 관건"

이화여자대학교 앞 건물 1층이 비워져 있다. 2023.12.14 ⓒ 뉴스1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안 그래도 힘든데 대학생들까지 없으면 더 막막하죠."

이화여자대학교 앞 골목에서 5년째 떡볶이 가게를 운영해 온 A씨(40대)는 곧 방학이 시작하지 않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직 상권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매출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14일 방문한 이화여대 골목에는 빈 상가가 가득했다. 지하철역과 학교 정문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도 '임대문의' 종이를 붙인 가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층 점포가 비어 있는 곳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이대 부근의 평균 공실률은 16.1%다. 서울 평균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데…연말 특수는 기대도 못 해

10년 넘게 이대 앞에서 양말과 의류를 판매해 왔다는 김현숙씨(60대)는 "경기(景氣) 자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앤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후 7개월이 흐른 지금, 이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입 모아 말했다. 김씨는 "장사가 안돼 아직 코로나 때 받은 대출도 갚지 못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A씨 사정도 비슷하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 토막 났다"며 "장사가 안되니 회사에 다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학생들이 실제로 예전보다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대학가 특성상 연말 특수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씨는 "코로나 전에는 연말에 양말을 선물하는 문화도 있어서 매출이 좀 나았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술집을 운영하는 B씨는 "번화가처럼 연말 특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 올해 장사는 이제 거의 마무리됐다"며 "또 이 겨울방학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고민"이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대역 근처에 위치한 한 건물에 팝업 스토어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2023.12.14 ⓒ 뉴스1 장성희 기자

◇ 얼어붙은 학생 지갑…대학가 상권 경쟁력 올리는 게 관건

학생들의 지갑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높은 월세와 고물가가 학생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앞의 한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현재 학교 근방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는 90만원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먼저 하는 게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대학생 홍모씨(25)는 "아르바이트를 2개나 하고 술자리도 줄였는데 돈이 빠듯하다"며 "하루만 놀아도 카드값이 10만원이 넘어 이제는 돈 쓰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상인과 학생들 사정을 모두 고려해 지자체도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서대문구는 이날 이화여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유명 셰프의 요리 팝업 스토어를 열고 홍보에 나섰다. 높은 가성비로 셰프의 음식을 즐기는 자리였다.

하지만 일회성 노력보다 결국 거리 경쟁력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노력이 의미 있다고 평하면서도 "상권 회복을 위해서 한두 번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돈이 없어도) 학생들이 성수동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냐"며 "김광석 거리처럼 지자체가 거리 자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