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간호사도 짐싸는 의료취약지…지역 간 간호사 수 438배 차이도
비수도권에 간호대 입학정원 81% 몰려…"수급 불균형"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료 취약지에서 환자를 돌봐오던 의사들이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간호사 수도 지역별로 많게는 438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간호대학 입학 정원은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수급 불균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간호통계연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별 의료이용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전국 시·군·구 98개 의료취약지역 중 53.1%에 달하는 52개 지역에서 의사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수가 감소한 지역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북이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과 경남이 각각 9곳, 전남이 8곳, 전북이 6곳, 충북 4곳, 인천과 경기가 각각 1곳으로 조사됐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이 지역들은 모두 의료취약지역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서 짐을 싼 의사들은 5년간 270명으로 조사됐다"며 "의사가 떠나자 취업을 위해 간호사들도 덩달아 대도시로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98개 의료취약지역 중 간호사 수가 감소한 지역은 모두 28곳으로 집계됐다. 전북, 전남, 경북이 각각 5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충남, 경남이 각각 3곳, 경기와 충북이 각각 2곳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 간호사 수를 계산해보면 각 시·군·구별로 인구 수에 비해 간호사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부산 강서구로 조사됐다. 인구 1000명당 전국 평균 간호사 수는 4.76명인데 비해 부산 강서구는 0.09명에 불과했다.
이어 경기 과천시(0.25명), 강원 인제군(0.58명), 충북 증평군(0.63명), 경북 군위군(0.76명), 충남 계룡시(0.96명), 경남 남해군(1.04명), 전북 장수군(1.15명), 서울 마포구(1.16명), 대구 달성군(1.20명), 인천 옹진군(1.20명), 전남 진도군(1.44명), 울산 울주군(1.69명), 대전 동구(2.23명), 제주 서귀포시(2.38명), 세종(2.58명)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시·군·구별로 간호사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인구 1000명당 39.45명인 부산 서구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간호사 수가 가장 적었던 부산 강서구(0.09명)와 비교하면 약 438배에 이르는 수치다.
부산 서구에 이은 곳은 서울 종로구(34.47명), 대구 중구(29.72명), 광주 동구(27.12명) 등이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 간호사 수가 몰려 있는 것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라며 "부산 서구에는 상급종합병원 2곳, 종합병원 2곳이, 서울 종로구에도 상급종합병원 2곳, 종합병원 2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간호대 입학정원은 간호사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증원이 계속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간호대학 입학정원은 2:8 수준이다. 도리어 간호사 수요가 많은 수도권 지역의 경우 2018년 19.06%에서 2023년 18.27%로 0.79%p(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서울 지역 간호대 입학정원은 10명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의료취약지역이 많고 의사들이 가장 많이 떠난 경북지역은 618명이나 증원됐다. 더불어 간호학과 10곳 중 8곳이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실습할 병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대 학생들은 방학마저 반납한 채 원정 실습을 하며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간호대 정원을 매년 크게 늘려왔지만 많은 신규간호사들이 수도권과 대도시지역 의료기관 입사를 위해 1년 가까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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