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일방적 추진 결사 반대'…'총파업' 수순 밟는 의협
11일부터 총파업 투표…17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개최
"의협 파업 동력·파급력이 관건"…정부, 증원의지 변함없어
- 강승지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맞서 '총파업'이라는 강경 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총파업을 이끈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전면에 나서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의협은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간 의협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에 돌입할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17일에는 5만명 집결을 목표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나선다.
실제로 총파업이 진행되면, 2020년 이후 3년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지난 4~5월 개원의 등을 중심으로 간호법 제정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실제 총파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 대표자 및 임원 연석회의에서 "정부가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고,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구성된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 대책특별위원회는 전날(3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범대위)로 전환됐다. 증원이 단순히 의사를 늘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체계 붕괴까지 부를 사회적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투쟁 전선을 확대한 범대위 위원장에는 이필수 현 의협 회장이, 범대위 수석부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에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각각 선임됐다. 특히 최대집 투쟁위원장은 구속될 각오로 강력히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투쟁위원장은 이날 뉴스1에 "정부가 의대증원을 사실상 결정한 상태다. (곧) 의사들의 투표 참여율과 총파업 여론이 강하게 표출될 것"이라며 "의사 수를 단기간 늘리는 것은 어느 선진국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이번 주 중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시위를 시작한다. 최 투쟁위원장은 1차 철야 시위 때 삭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이들을 만나 의견 수렴에도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필수 범대위원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범대위는 강경 투쟁을 정책 기조로 표방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범대위를 중심으로 전국 14만 의사들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창구인 의료현안협의체에는 계속 참여하기로 했다. 오는 6일 오후 제20차 협의체가 개최된다. 의대증원 문제에 대한 대화 채널은 의협임을 분명히 하면서 대화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협이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공개했으나, 의사들 사이에서도 실행 여부는 분분하다.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도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라 파업 실행은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의협이 일으킬 파업의 원동력과 파업이 미칠 파급력이 현재로선 최대 변수인 셈이다.
지역 의사회의 한 임원은 "회원들은 뉴스로만 접하고 있다. 총파업을 체감하기 힘들다. 동력이 약할 것"이라며 "의대증원뿐만 아니라 면허 취소법, 비대면 진료, 간호법 등 의사 입장에서 불리한 현안이 굉장히 많다. 의협 집행부의 대응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이평수 전(前) 차 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의협은 의대증원 합의 상대가 되기 위해 파업까지 거론했다"고 진단하며 "정부가 흔들림없이 각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파업의 명분은 주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의협의 투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대증원 의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필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의사 수 확충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2025학년도 입시 때부터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제 집단휴진에 들어갈지, 국민의 불편과 피해가 있을지 등을 지켜보며 대책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일관된 점은 지역 필수 의료 재건이다. 재건을 위해 의대정원을 늘릴 뿐이고, 이 원칙에는 현재 변함없다"고 밝혔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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