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서울의 봄' 전두광…파주시장 "전두환 유해 안장 결사 반대"

1979년 12월 12일 밤부터 12월 13일 새벽까지 벌어진 12·12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 보안 사령관 전두광을 우두머리로 한 반란세력과 이를 제압하려 나선 이태신 수경사령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플러스엠 엔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2·12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 업보(業報)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사망 후 2년이 넘도록 장지를 찾지 못해 영면(永眠)의 꿈을 꿀 수 없게 됐고 '두환'이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않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하나회가 중심이 된 12·12군사반란을 다룬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12일만인 지난 3일 누적 관객수 465만5112명을 기록, 손익 분기점인 46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두광(황정민 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김성수 감독은 약간의 픽션을 가미했기에 이에 따른 논란과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전두광'이라는 이름을 차용했다면서도 '광'자에 대해선 특별한 설명을 하진 않았다.

일각에선 광(狂· 미칠 광)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김경일 파주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화의 봄을 철저히 짓밟고 국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유해를 파주에 안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전두환 유해의 파주 안장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현재까지 파주시에 토지 사용에 대한 어떠한 문의가 오거나 행정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동향을 살피겠다"며 "시민의 뜻을 받드는 시장으로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의 유해가 파주시에 오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 시장이 '결사 반대'를 외친 건 유족측이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는 전 전 대통령 유언에 따라 화장한 뒤 유골을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 안장키로 한 것과 관련 있다.

2021년 11월 23일 사망 후 유골함에 담겨 2년째 서울 연희동 자택에 안치돼 있는 전 전 대통령 유해가 경기 파주시 장산리 장산전망대 인근 한 사유지에 안장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역 주민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서울의 봄'으로 12·12군사반란이 재조명되자 김경일 시장이 '절대 불가'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반란을 주도한 노태우(서울의 봄속 노태건·박해준 분) 전 대통령은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사업구역 안 임진강변의 동화(同和)경모공원에 안장돼 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