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공사 상황 기록·관리…'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 발간
서울역사편찬원, 숙종대 경덕궁 수리 과정 의궤 번역 제공
2011년 프랑스서 귀환…왕에게 올리는 어람용 보존돼
- 정연주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사료총서 제20권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를 발간한다고 4일 밝혔다. 조선 숙종대 경덕궁(慶德宮)의 수리 과정을 기록한 '경덕궁수리소의궤'를 번역한 도서다.
경덕궁은 '경희궁(慶熙宮)'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궁궐이다. 이 궁궐은 임진왜란 이후에 만들어져 140여 년간 경덕궁이라고 불렸으나, 1760년(영조 36년) '경덕(慶德)'이라는 명칭이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의 시호 가운데 '경덕(敬德)'과 음이 같다고 해 그 이름을 경희궁으로 바꿨다.
경덕궁은 창덕궁과 더불어 왕이 머물며 국정을 운영하던 중요한 장소 가운데 하나였는데, 경복궁 서쪽에 있어 '서궐'이라고도 했다.
인조반정으로 즉위한 인조는 창경궁이 중건될 때까지 9년간 경덕궁에서 보냈고, 영조 역시 치세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숙종과 순조가 승하한 곳도, 경종·정조·헌종의 즉위가 이루어진 공간도 경덕궁이다.
숙종은 경덕궁에 오랜 기간 머무르며 국정을 운영했고 1693년(숙종 19년)에 대대적인 개보수를 단행했다. 해당 의궤는 바로 이 시기 경덕궁 수리에 관한 공사를 1책으로 기록한 기록물이다. 별도의 삽화 없이 담당자들의 명단과 수리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공문이 일정한 항목으로 정리돼 있으며, 마지막에는 공사 책임자들의 수결로 끝을 맺는다.
궁궐의 보수 과정과 인적·물적 자원이 얼마나 동원됐는지 등의 상황이 세세하게 묘사돼 있어 조선시대 궁궐 공사의 양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일례로 기한 내 완공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에게 특별 통행증을 발급하고 포도청 등에 이들의 통행을 금지하지 않도록 요청한다. 공사 과정에서 인골(人骨)과 머리카락 등이 발견되자 별도로 매장하고 제사를 치러주기도 했다.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왕에게 올리는 어람용과 기관에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으로 나눠 만들어졌는데,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어람용으로 현전하는 유일본으로 초록운문대단(구름무늬를 넣어 짠 초록색 최고급 비단)의 겉감에 최상품의 고급 종이로 제작돼 보존됐다.
이 의궤 역시 외규장각에 보관되던 다른 의궤들과 함께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 당시 약탈돼 오랫동안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었다가, 1975년 고(故) 박병선 박사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졌다.
2011년 체결된 '한국-프랑스' 간 합의문과 프랑스국립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간 체결된 약정에 따라 귀환했다. 저작권과 법적 권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 양자에게 있다.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자료소개, 번역문, 원문을 함께 제공한다. 시민청 지하 1층 서울책방과 온라인책방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를 비롯한 서울사료총서 시리즈는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 열람이 가능하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이번 발간을 기념해 누리집과 SNS 등을 통해 퀴즈 이벤트를 개최한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국역 경덕궁수리소의궤'는 조선시대 서울 궁궐 수리 공사의 일면목을 기록하고 있는 귀한 사료"라며 "앞으로도 서울역사편찬원에서 발간할 조선시대 건축 의궤 번역 작업들에 시민들과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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