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 돌봄 시작…피아노 배우고 수영장서 헤엄치는 '늘봄학교'

경남 김해 '늘봄김해', 오후 8시까지 방과후학교·돌봄 제공
부산교육청, 지역 기관·대학 연계해 20개 방과후학교 운영

경남교육청·김해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경남 김해 '늘봄 김해'에서 지난 14일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교육부 제공)

(김해·부산=뉴스1) 남해인 기자 = 초등학교가 끝난 뒤 노란색 통학버스를 탄 아이들은 수업을 받으러 '이곳'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피아노를 배우고, 요리를 하고, 선생님과 오후 8시까지 시간을 보낸다.

이곳은 학원이 아니라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 기관 중 하나인 '늘봄 김해'다. 경남교육청과 김해교육지원청이 경남 김해 삼문초의 별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늘봄학교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지난 9월 개관했다.

지난 14일 방문한 늘봄 김해는 오후 1시30분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아이들로 붐볐다. 아이들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수강하고, 오후 5시부터 '저녁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전용 교실과 휴식 공간이 갖춰져있었다.

'피아노교실' 수업이 진행되는 피아노실에 모인 아이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작은 연주회'를 열고 있었다. 이 피아노실은 그랜드 피아노 1대와 연습실 9개를 갖췄다.

경남교육청·김해교육지원청이 운영하는 경남 김해 '늘봄 김해'의 피아노실 모습. ⓒ 뉴스1

자신의 연주 순서를 기다리던 정예원(월산초 2학년)양은 "피아노를 유치원 다닐 때 잠깐 배웠는데 늘봄 김해로 오면서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양은 "원래는 한 손으로만 칠 수 있었지만 이제 양손으로도 칠 수 있다"며 웃었다.

피아노실 건너편 과학실에서는 '요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포테이토 치즈 후라이'를 4명이서 1조가 돼 40분간 만드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김온(삼문초 3학년)군은 직접 만든 요리가 담긴 포장용기를 보여주며 "마요네즈로 소스 만드는 것부터 직접 했다"며 "엄청 재밌었다"고 말했다.

늘봄김해에는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삼문초 학생 전원과 삼문초 주변 10개 학교의 돌봄교실 초과 인원 등 총 56명의 1~4학년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늘봄 김해 외에도 '늘봄 명서'·'늘봄 상남'을 포함한 총 3곳의 거점형 통합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 외 나머지 돌봄 수요는 개별 학교의 돌봄교실을 이용한다.

늘봄 김해와 같은 거점형 통합돌봄센터는 돌봄 전용 공간으로서 시설·프로그램 면에서 일반학교보다 돌봄에 적합하고, 학교와 완전히 분리돼 있어 교원의 업무 경감에도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용 가능 인원이 제한돼 있고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거점형 통합돌봄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센터 설립 요구는 많지만 교육청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공간과 예산을 더 확보해서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봄학교 관련 법이 제정되고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지정된다면 협력해서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북구 금곡청소년수련관 수영장에서 지난 14일 방과후학교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교육부 제공)

다음으로 방문한 부산 북구 금곡청소년수련관에선 10명의 초등학생들이 5레일 규모의 수영장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금곡청소년수련관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수업 중 하나인 '수영' 프로그램이다.

금곡청소년수련관은 지난 2017년부터 부산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위탁형 통합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갖추고 있던 수영장을 활용해 주 5회, 월 4만원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을 데리러온 한 초등 3학년 학부모는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진도 차이도 느끼지 못 해서 학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며 "6개월째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1학년 학부모는 "중학생까지 신청 가능하도록 늘어나면 더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교육청은 금곡청소년수련원 외에도 16개 기관과 4개 대학에서 20개의 초등 통합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통합방과후학교와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담 부서를 따로 구성했다. 관할 5개 교육지원청에 '방과후학교·돌봄업무지원단'(지원단)을 둬 인력을 5명씩 배치하고, 방과후학교 기획과 개별 학교의 돌봄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민원 업무도 해당 부서가 맡는다.

최윤홍 부산교육청 부교육감은 "돌봄 업무가 행정실 업무냐, 교무실 업무냐 논란이 없도록 지원 전담 부서를 만들어서 업무를 하자는 취지로 지원단을 만들었다"며 "기존 인력에 업무를 더 부과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서 인력을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