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튀김 튀기니까 더 바삭해요"…'급식 로봇' 첫선

서울 숭곡중에 4대 시범 보급…로봇이 볶고 튀기고 국 끓여
조희연 "유해한 작업 로봇이 대체…고용 안정 전제로 추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 중인 급식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숭곡중학교 도입된 4대의 급식로봇은 국과 탕, 볶음, 유탕 등 온도가 높고 위험했던 조리 업무를 사람을 대신해서 한다. (공동취재) 2023.11.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 급식실에선 조리종사원(조리원) 대신 성인 키 만한 로봇 '숭뽀끔'이 열기를 뿜어내는 대형 솥 안 김치볶음을 휘젓고 있었다.

닭튀김을 마친 급식로봇 '숭바삭'은 튀김기에서 바구니를 번쩍 꺼내 거치대로 옮겼다. 조리종사원은 바닥에 그어진 붉은색 '안전선' 바깥에 서서 닭튀김을 다시 바트(급식 배부 시 사용하는 철제 바구니)로 옮겼다.

숭곡중에 배치된 4대의 급식로봇인 '숭뽀끔'(볶음), '숭바삭'(튀김), '숭국이'(국·탕), '숭고기'는 이날 급식 메뉴인 볶음밥, 김치볶음, 닭튀김, 소고기탕국을 조리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숭곡중에서 '학교급식로봇 공개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급식로봇 조리 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로봇을 제작한 한국로보틱스 관계자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국로보틱스·한국프랜차이즈 산업협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사업비 10억원을 지원받아 급식로봇을 개발했다. 송곡중은 지난 8월부터 급식로봇 4대를 시범 도입했다.

급식로봇은 조리종사원들이 손질해둔 재료를 붓고, 뜨거운 솥 속 음식을 휘젓거나 볶고, 조리가 끝난 음식을 꺼내는 등 무겁거나 위험한 업무를 대신 수행한다.

로봇을 제어하는 'PC기'에 메뉴를 입력하면 메뉴에 맞게 설정된 코스대로 급식로봇들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한국로보틱스 관계자는 "불 조절, 물 공급량 조절은 메뉴에 맞게 급식로봇이 알아서 한다"며 "메뉴는 무한정으로 설정해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식로봇은 조리 중 조리원이 로봇과 엉켜 사고가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센서도 갖추고 있다. 한국로보틱스 관계자는 "'라이다(LiDAR) 센서'가 있어 조리원이 로봇 근처에 접근하면 작업 속도를 줄이다가 더 가까워질 경우 작업을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에서 관계자가 시범 운영 중인 급식 로봇의 세팅값을 조정하고 있다. 숭곡중학교 도입된 4대의 급식로봇은 국과 탕, 볶음, 유탕 등 온도가 높고 위험했던 조리 업무를 사람을 대신해서 한다. (공동취재) 2023.11.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약 4개월간 급식로봇을 활용해온 김혜영 숭곡중 영양사는 하루 3시간 720인분을 조리하는 조리종사원들의 업무 강도와 폐질환 유발 위험이 있는 조리흄 노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 영양사는 "튀김 작업 시간이 2~3시간 정도 되는데 원래 이 시간동안 튀김기 앞에 서있어야 했다"며 "더 이상 앞에 서있지 않아도 되니 조리흄 노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싼 장비이지만 다른 학교에서도 튀김과 볶음 위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급식로봇 작동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용 전 연습을 1달 동안 했고 로봇 엔지니어 1명이 상주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혼자할 수 있게 조리원들이 계속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을 먹는 학생들도 급식로봇 도입을 반겼다. 조형찬(숭곡중 3학년)군은 "조리원 분들의 손맛이 줄어서 덜 맛있을 줄 알았지만 로봇이 잘 만들어줘서 더 맛있다"며 "특히 튀김이 적절하게 튀겨지니까 더 바삭하다"고 말했다.

조 군은 "급식을 받는 동안에도 조리실 안에서 조리원 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힘들어 보였는데 로봇이 도입된 뒤 급식을 받을 때는 조리실에서 움직이는 분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다희(숭곡중 3학년)양은 "급식이 더 맛있어진 것 같다"며 "지금은 국, 볶음, 튀김만 로봇이 조리하는데 다른 로봇도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로봇이 조리하는 과정을 살펴본 조 교육감은 "다른 작업들도 로봇이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궁극적으로는 조리종사원이 급식 전반을 관리하고, 유해하고 어려운 작업은 로봇이 대체하는 식으로 발전해나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기존 조리원 인력을 로봇이 대체하며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조 교육감은 "현재 조리원 채용 과정에 어려움이 있어 조리원들 수백명을 모집하지 못 하고 있다"며 "인력 대체하기보다는 분업 체계를 추진하고, 고용 안정을 전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