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 감염병' 백일해, 경남서 환자 속출…보건당국 빨리 나서야"(종합)

경남도의사회 "2명부터 유행 간주…지난달 23명 발생"
질병청·경남도청 "코로나 전보다 낮은 수준, 예의주시"

한 어린이병원에서 영아가 예방접종을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된 백일해가 경남 일부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해당 지역 의사회는 같은 지역에서 두 명 이상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유행으로 판단하기엔 높은 수치가 아니라며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경상남도청과 경상남도의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 창원 일대에 발생한 백일해 환자는 23명으로 마산에서 19명, 의령군에서 1명, 함안군에서 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11세 이하의 어린이로 확인됐다.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인 백일해는 여름과 가을에 발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백일해는 현재 A형간염, 결핵, 수두,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함께 법정 감염병 2급으로 분류돼 있다. 코로나19도 지난 8월 4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되기 전까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었다.

백일해에 감염되면 초기엔 콧물, 결막염, 눈물, 경미한 기침, 발열 등의 가벼운 상기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다가 기침이 점차 심해진다. 심한 기침 끝에는 구토가 동반되거나 끈끈한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이 시기에 전염력이 가장 강하다.

중기에 접어들면 무호흡, 청색증, 비출혈, 경막하 출혈, 하안검 부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회복기에 이르면 기침의 정도, 횟수, 구토가 점차 감소하고 이러한 증상은 1~2주 정도 계속된다.

백일해 백신인 DTaP 백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생후 2, 4, 6개월에 3차까지 접종을 하고 4차는 생후 15~18개월 사이에 이뤄진다. 5차 접종은 만 4~6세, 6차는 만 11~12세에 맞아야 하고, 이후 10년에 한 번씩 재접종을 해야 한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DTaP 백신을 제대로 다 맞지 못한 어린 영아들, 특히 돌 전의 아이들과 성인들 중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걸리게 되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달하는데 대부분의 성인이 백일해로 인해 기침을 계속 해도 진단을 받지 못한 채 가정의 어린아이들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일해는 연령이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아지고, 특히 1세 미만의 영아들에게서 사망률이 매우 높아 위험한 감염병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 위원장 또 "백일해는 한 곳에서 환자가 2명 이상 발생하게 되면 집단 발생으로 정의하고, 적극적인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창원지역에서 23명이 발생한 것은 유행이 시작된 것이라는 의미로 보건당국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해당 사항을 파악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 시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백일해 환자 발생 추이를 봤을 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고 관할 보건소, 질병관리청과 지난달 말부터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모니터링(감시)도 하고 있다"면서 "한 초등학교에서 7명의 환자가 발생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한 반에는 2~3명, 이외엔 혼재돼 있어 교육청에 관련 공문을 보내고 학교는 가정통신문 등으로 기침 증상이 있으면 등교 중지를 해달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증가하거나 걱정할 만한 수준의 상황은 아니지만 면밀한 역학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오는 10일엔 질병청, 의사회와 간담회를 갖고 해당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염병을 관할하는 질병청도 현재 크게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엔 다른 호흡기 감염병 자체가 유행하지 않았는데, 현재 그 시기와 비교해 높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비교했을 때는 높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질병청 전수감시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올해 지난 10월까지 백일해 환자 발생 수는 총 71명,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했던 시기인 2020년은 같은 기간 117명, 2021년은 14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19년엔 같은 기간 백일해 환자 수는 355명, 2018년은 822명, 2017년은 23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청 관계자에 말처럼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기와 비교해 보면 현재 환자 수가 특별히 높은 수치는 아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도 코로나19 유행 당시와 비교해보면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전 시기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더 낮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과거 일부 지역에서 유행이 있을 때는 이보다 더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아직 창원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청 관계자도 "현재 질병청과 상황을 계속 공유하고 있고, 백일해의 경우 항생제를 투여하면 금방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에 중증이 있는지 없는지 이런 부분도 다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