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서 선박 충돌…정부 17개 기관 '레디 코리아' 훈련

행안부·해수부·울산시 등…복합재난 가정 실전 훈련

급유선 진화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행안부 제공)

(울산=뉴스1) 박우영 기자 = 정부는 6일 오후 울산시에서 전례 없는 재난에 대비한 '레디 코리아' 훈련을 진행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기존 훈련과 달리 관할 부처 1곳만 대응 절차를 점검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여러 기관이 실제 상황에 필요한 합동 대응을 훈련한다.

기존 사고 상황을 똑같이 반복 학습하는 것을 넘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종 재난'에 대비한다. 훈련은 이상 기후 등 재난 여건 변화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말부터 도입을 검토해 올해 본격 시작했다.

이날 울산신항 용연부두에서 이뤄진 훈련은 72톤 어선과 2400톤 급유선이 해상에서 충돌하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급유선 선상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이 났고 배에 난 파공(구멍)으로는 기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보다 작은 어선은 충돌 뒤 전복됐다.

사고 사실이 신고되자 관계 기관들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구조함'과 '지휘함'을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실제 구조 업무를 맡는 구조함에서는 사고 현장에 보다 빠른 속도로 접근할 수 있는 고속정도 2기 출발했다.

첫 신고 뒤 28분이 흘렀을 즈음, 구조함이 처음으로 급유선에 닿아 구조를 기다리던 8명을 옮겨 태웠다. 고속정은 바다 위에 표류중인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을 실시했다.

시나리오상 인근에서 출장중이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첫 신고 후 3분 뒤에 유선으로 보고를 받고 남해 해경청, 울산시 해경청 등에 사고 대응을 지시했다. 이어 사고 현장으로 향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역할을 수행했다.

첫 신고 후 43분이 흐른 시점에는 해경 구조대가 전복 어선에 도착해 배 위에서 버티던 1명을 구조했다. 이어 배 표면을 둔기 등으로 두드리는 '타격' 조치로 배 안에 10명이 생존한 것을 확인했다.

해경 구조대는 전복 어선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리프트백'을 설치했다. 잠수사들이 승선한 민간 해양구조대도 현장에 도착했다.

고속정은 이 같은 조치들이 이뤄지는 중에도 계속해서 해상을 수색하며 표류자들을 구조했다.

리프트백을 설치한 해경 구조대는 전복 어선에 잠수사들이 진입해 수중 구조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안전 문제 등으로 이를 포기했다.

이어 최후의 수단인 '선저 절단' 구조로 선회했다. 선저 절단은 배에 구멍을 내서 조난자를 구출하는 방식으로 잘못될 경우 오히려 조난자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인근 김해공항의 해경 헬기도 해상 조난자 구조에 투입돼 이날 최종적으로 어선 탑승자 20명 중 해상 표류자 8명과 선내 고립자 10명이 구조됐다. 발견되지 않은 2명에 대해서는 추가 수색이 이뤄졌다. 급유선의 경우 10명 중 8명이 구조됐고 선장 등 2명은 추가 화재 진압을 위해 배에 남았다.

급유선 진화 작업도 이뤄졌다. 울산 해양경찰서는 화재 진압용 선박을 현장에 출동시켜 소화포를 발사하도록 했다.

울산 해양환경공단과 해경은 추가적인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오일 펜스'를 인근 해역에 설치했다. 급유선에 난 파공은 자석패드로 막았다. 이미 오염된 선박 부분에 대한 방재 작업도 이뤄졌다.

현장에서 대응 조치를 살피며 중대본부를 지휘한 이 장관은 "재난이 갈수록 복잡해지며 범부처적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며 "반복된 훈련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훈련을 반복하겠다"고 강조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