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개 대학, '의대' 원하는데…"정부 수요 조사 방식에 답 있다"

교육부-복지부, 증원 현장의견 조사하되 신설 수요 조사 안 해
정부도, 전문가도 미니의대 증원 무게…"지역인재 선발효과가 커"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2023.10.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남해인 기자 = 정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증원 수요를 파악하며 지역 의대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대가 없는 대학들의 '의대 유치전'은 가열될 전망이다. 그러나 의대생 증원은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신설은 단기간 내 어렵다는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입학정원이 50명 이하인 '미니 의대 육성'과 지역 의대의 '해당 지역인재 선발 확대'가 지역 의사 확충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신설 역시 단시간 내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1일 뉴스1 취재 결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의대 정원 증원 관련 현장 의견 조사' 공문을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보냈다. 정부는 이들 대학이 원하는 의대 증원의 최소·최대치를 함께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국 지역별 의과대학 설치 현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가 조사하는 증원 희망 최소치는 현재 대학이 보유한 교사(학교 건물)·교수 등 여건에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학생 수를 의미한다. 최대치는 대학이 교사·교수를 추가 확충을 전제로 더 받을 수 있는 학생 수다.

2주 안에 보내달라고 요구한 터라 정부의 '의학교육 점검반'은 오는 11월 10일 전후로 40개 대학의 서류 검토에 착수할 방침이다. 별도로 현장 점검팀을 꾸려 실사도 진행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통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대들이 정원을 늘린 뒤에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유지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부속·협력병원 환자 수, 예진실 등 교육시설 현황과 증원 전반에 대한 확충 계획도 고려할 방침이다.

증원 여력이 있으면 2025학년도부터, 교육 역량을 더 확보해야 하면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을 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의대 없는 대학의 의대 신설 의향 조사는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건을 갖춰야 해서 의대를 신설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증원 규모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신설 의향 조사는 따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신설 의향 조사는 증원 규모가 구체화된 뒤에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이 공식화된 데 따라 전국 각지에서는 의대 신설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20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의대 신·증설 수요조사 당시 신설을 원하는 대학은 전국 총 11곳이었다.

인천 인천대, 대전 카이스트, 충남 공주대, 전북 군산대·국립공공의대, 전남 목포대·순천대, 경북 안동대·포항공대, 경남 창원대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경쟁하고 있다. 31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의대 신설에 대해 발의된 법안은 총 16개다.

하지만 당장 2025학년도 정원은 기존 지역 의대 위주로 분배될 예정이다. 신설 희망 대학의 투자계획에 따라 빨라도 2026학년도 이후에야 가능하며, 정부가 현재 신설 의향 추가 조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입학정원이 50명 이하인 미니 의대의 교육 등 인프라를 활용해, 적정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게 우선돼야지 단시간 내 의대 신설은 무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국 40곳 의대 중 17곳의 입학정원은 50명이 채 안 된다.

특히 의대 증원의 목적은 지역·필수의료 등의 적정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것에 있지 않냐며 의대 대상 수요조사 전 지역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파악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대 증원이든 신설이든, 의사 인력 확충의 수단이라는 취지에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문가들은 (미니 의대가)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최소한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말을 하더라"며 "이를 보고드린 것을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우리 지역에 국립대 병원이나 국립의대가 없다는 이유로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복지부는 각 광역자치단체에 부족한 지역 필수 의료 인력 규모를 확인한 뒤 증원을 의대와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방향에 문제가 있다며 "수요조사 전, 지역에 부족한 의료인력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지역별로 부족한 규모가 산출되면 어떻게 증원할지 도출되고 필요한 경우 국립의대 신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평수 전(前)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정치적 주장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 의대 졸업생이 해당 지역에 얼마나 머물 수 있느냐는 고민이 없다. 신설 의대가 가져올 실효성을 신설 전에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전 교수는 "지역에 의사가 머물도록 지역인재 전형 선발을 확대하거나,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도록 조건을 둬야 한다"며 "의대 증원을 한다면 (1990년대 후반 설립된 의대의 고정적이었던 교육의 질을 따졌을 때) 기존 '미니 의대' 육성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