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로 확보하고 경찰 통제 강화…'참사 후 첫 핼러윈' 달라진 이태원
핼러윈 분위기 사라져…'인파 운집' 홍대 거리도 비슷
- 유민주 기자, 장성희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장성희 기자 = 핼러윈데이를 앞둔 27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식당거리.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이 골목길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길 한 가운데 높이 약 1m, 길이 298m의 '질서유지선'이 들어서면서다.
큰 길가로 향하는 다른 5개 골목길에는 경찰들과 노란색 조끼를 입은 용산구청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이들은 무전을 주고 받으며 주변 동향을 살폈다.
참사 1년, 다시 핼러윈데이를 맞는 이태원이 달라졌다. 안전 대응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특히 밀집 우려가 큰 골목길 내 인파 관리에 힘 쓰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4개 기동대 등이 이태원역 중심으로 집중 배치됐다"며 "유동 인구에 따라 탄력적으로 출입구를 운영하고 사람이 적을 때는 출입구와 관계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태원역 일대 끝 골목은 입구로 운영하고, 가운데 골목들은 출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해마다 축제를 기대하던 분위기도 올해는 사라졌다. 핼러윈데이를 앞둔 '불금'이었지만 이태원 거리에는 분장을 한 시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 곳곳을 잔뜩 채웠던 핼러윈 장식물도 없었다.
시민들의 발길도 뜸했다. 한 식당 종업원 A씨는 "금요일 저녁이면 그래도 술집에 자리가 한산할 정도로 비어있진 않았는데 평소보다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태원 참사 1년 추모 분위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많은 경찰 인력과 119구급차 대동에 놀랐다는 시민 B씨는 "여기 가고 싶던 식당이 있어서 왔는데 오늘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눈치 보여서 다른 동네로 가야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태원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씨(39)는 "이태원 1주기라는 것을 고민하지 않고 직장동료들이랑 여기 식당을 예약했는데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냥 취소하고 홍대로 간다"고 말했다.
대로변에서 양말장사를 하는 정모씨(65)는 "평소에도 사람은 없었다"며 "이렇게 경찰이 많은데 사람들이 주말에도 몰릴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데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태원역 버스 정류장도 이날부터 29일까지 무정차로 운영된다. 관광 깃발을 따라 거리를 지나던 외국인들은 낯선 관경에 상황을 가이드에게 묻기도 했다.
같은 시각 많은 인파 밀집 지역으로 예상된 홍대 거리 모습도 비슷했다. 거리 한 가운데 펜스가 놓여 길이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경찰·공무원들의 통제도 강화됐다.
핼러윈 데이 분위기도 사라졌다. 친구들과 놀러온 대학생 김모씨(24)는 "지난해 사고 이후 핼러윈 이벤트는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홍대 식당 종업원 C씨는 "지금 저녁 7시 정도면 원래 많이 차있어야 하는데 손님이 오히려 더 안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대학생 최민규씨(22)는 "지난해 사건 때문에 분장은 다들 안하는 것 같고 주변에서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위기"라며 "교훈도 있으니까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찾은 명동 거리는 앞선 두 곳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들로 여전히 붐볐다. 골목 입구로 구급차가 보이기도 했지만 별도로 길 중간에 펜스가 있거나 통제를 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노점상 김모씨는 "평소랑 크게 다른 점을 못 느끼겠다"며 "금요일이랑 주말 저녁은 워낙 붐볐고 길에 70프로는 외국인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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