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에 '긴급 설명회' 봇물…불안감 노리는 학원가
사교육 업체들 잇따라 입시 설명회…'조기 교육' 권유
"교육부 발표 구체적 설명 부족…사교육 분석에 의존"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대입 개편안)이 발표된 뒤 학원들이 잇따라 긴급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원가의 '불안 마케팅'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이 새 평가방식의 구체적인 예시를 빠른 시일 안에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10일 대입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을 비롯한 학원가를 중심으로 입시 설명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대입 개편안은 고교 전 학년 내신 5등급 상대평가, 내신 논·서술형 문항 확대, 수능 국어·수학 선택과목 폐지, 통합사회·과학 도입 등의 변화를 담고 있다.
대치동의 초·중·고 대상 유명 단과학원인 A학원은 대입 개편안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인 11일 수능 분석 업체인 B연구소 소장을 초빙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설명회는 모집 하루 만에 마감됐다.
이날 설명회에 다녀온 중학교 1학년 학생 학부모 이모씨(44)는 "아는 학부모들끼리 설명회 정보를 공유해 다녀왔다"며 "이날 설명회에서는 내신 변별력이 떨어져 자사고, 특목고가 유리하다고 했는데 다른 업체 분석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해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입시 설명회에서 학원들은 대입 개편안 분석을 제공하면서 학원 홍보도 빼놓지 않는다. 이씨는 "설명회를 신청할 때 제출한 휴대폰 번호로 개강하는 수업들을 안내하는 문자가 오는데, 대입 개편안 발표 이전보다 더 결연하게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논술학원이 대목을 맞았다. 이들은 수능과 내신의 변화로 대학들이 자체 고사에 눈을 돌릴 것이라는 입시업계 분석이 나오자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며 수도권에 여러 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C논술학원은 전 지점이 두 차례씩 '심층분석 설명회'를 열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기 논술 교육' 홍보도 성행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내신에 논·서술형 평가가 도입될 것으로 예고되자 초등생·유아 대상 '독서토론' 학습지 업체 D는 "초등생부터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한다"며 월 4회·회당 70분 수업과 교재 8권으로 구성된 초등학교 1~6학년 프로그램 홍보에 나섰다.
입시 컨설팅 업체들도 '고교 진학 전략'을 앞세우고 학교생활기록부로 특목고·자사고 입시 유불리를 판단해준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교육 업체들이 '불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학부모들이 이에 과도하게 휩쓸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개편된 수능 과목의 예시 문항과 정시·수시 비율 변동에 관한 방침 등 구체적인 설명을 함께 내놨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교육부는 게임에서 어떻게 점수를 따라고 방법은 제시해놓고, 게임의 정확한 규칙은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새롭게 나온 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융합형 문제와 심화수학 문제, 내신 논·서술형 문제가 무엇인지 예시가 없어 학생들은 사교육 업체들의 부추김에만 의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라 교사들도 교육과정을 짜는 등 연구하기도 어렵다"며 "교육부가 예시 문항들을 신속하게 내놓고, 대학들과 협의해 향후 대입 전형들이 어떻게 변할지 설명해 무분별한 사교육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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