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눈앞…속도 못 내는 재판 '해 넘기나'

이임재·박희영 등 재판, 유사한 증인 심문 공방만 지속
'윗선' 김광호 기소 요원…재판부 선고도 미뤄질 듯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다. (자료=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원회)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이태원 참사 1주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련 재판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지휘부 교체로 사건 재검토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판 결과가 연내에 나오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공판만 3회' 유사한 증인 심문 공방만 지속…현장 책임자 혐의 입증 난항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각각 3회씩 공판을 마친 상태다. 이들은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들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포함 관련자 6명은 구속상태로 기소됐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현재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진행된 3번의 공판에서도 이들은 자신에게 법적으로 책임 소재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박 구청장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핼러윈데이는 주최가 없는 행사로 재난안전법상 관리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이 전 서장도 참사의 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증인들이 나와 공방을 벌였지만 사람만 바뀔뿐 질의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이태원참사 부실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6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6.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윗선' 김광호 기소 요원…재판부 선고도 미뤄질 듯

현장 책임자 뿐만 아니라 '윗선'인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월 김 청장을 서울서부지검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9개월째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부지검과 대검찰청의 의견이 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부지검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근 인사로 지휘부가 바뀌면서 서부지검이 김 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다시 들여다 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기록 검토부터 추가 조사까지 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소 여부 결정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정보외사부장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측에 김 청장의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 검찰 측은 오래 걸리냐는 질문에 "아직 검토중"이라며 기소 결정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과정에서 피의자들에 대한 선고를 한번에 내릴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 청장에 대한 기소가 늦어지면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등에 대한 선고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이 연내에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와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9.1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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