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주사 맞을 때 영상 촬영하는 부모들…내 얼굴 왜 찍나" 간호사 하소연

"아기 발버둥 잡아줘야…바늘 사고 나면 화낼 거 아니냐"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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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아픈 아기가 주사를 맞을 때 동영상 촬영하는 부모들을 두고 "대체 왜 그러냐"며 간호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동병원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예방접종이나 아기가 아파서 정맥주사 맞는 순간 등 주사약 투여할 때 진심으로 동영상 촬영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물론 그런 거 다 추억거리이고 아기 성장 과정 중 한 부분이라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주사 맞을 때 보호자가 아기를 잘 잡아주셔야 안전하고 정확하게 주사약이 투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영상 촬영하신다고 제대로 안 잡아주시면 아기가 울며 발버둥 치면서 주사가 잘 안 들어가고 바늘이 빠진다든지 또 다른 부위에 찔리게 되는 등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는 "또 수액 맞아야 해서 아기 혈관 주사 놓을 때도 간호사가 한 번에 성공 못 하면 엄청 화낼 거 아니냐"며 "제 얼굴이 같이 찍히는 것도 싫다"고 토로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부모한테 직접 얘기하라"고 댓글을 남기자, A씨는 "부모한테 얘기했더니 불친절로 민원 넣고 온갖 트집 다 잡고 맘카페에 글 올린다고 협박한다. 애초에 영상 찍고 있는 보호자들 자체가 말이 안 통하는 분들"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끝으로 A씨는 "보호자 두 명이 와서 한 분은 영상 찍고 다른 한 분이 아이 잡고 있으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데, 그러지 마라. 두 분이 오셨으면 한 분은 아이 양쪽 팔 잡고 다른 한 분은 양쪽 다리 잡아주시면 된다. 애들 힘이 보통 센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즘 날씨도 그렇고 독감 예방접종 때문에 많이들 오시는데, 10명 중 5명 정도는 영상 찍으려고 휴대전화 꺼낸다.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진상 부모들", "어린이집 등·하원 할 때도 영상 찍는다. 아이나 빨리 받아라", "애가 주사 맞아야 하는데 동영상 찍을 정신이 있냐", "진짜 SNS에 미쳐서 그런다" 등 공분했다.

한 누리꾼은 "소아과 진료실에서는 아이 콧물 빼는 거 동영상 찍는다. 아이는 울고불고 난리 치는데 달랠 생각은 안 하고 '엄마 여기 있어~' 이런다"며 "그래서 우리 원장님은 진료실 안에서 동영상 찍는 거 법에 걸린다고 한마디 했다"고 전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