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까진 기다려봐야죠"…마장동에도 추석 대목 훈풍 퍼질까

추석 대목·김영란법 완화 효과 아직 체감 못해…백화점과 대비

8월23일 오전 서울 강남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1층 가스트로 테이블 내 식품관에서 직원들이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2023.8.23/뉴스1

(서울=뉴스1) 원태성 정지윤 기자 = "이번주까지는 기다려봐야죠"

지난 15일 오후에 찾은 서울 성동구의 마장동 축산시장에는 추석 대목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선물한도가 상향조정되면서 이곳 상인들은 '희망'을 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상인들은 평소보다 주문을 늘리며 혹시 모를 단체 주문에 대비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금까지는 '기대 이하'다. 한우를 비롯한 정육세트는 신선도 때문에 연휴 시작을 앞두고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주까지 기다려봐야 이번 추석 대목 장사 성적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정육점 사장 이모씨(70대)는 "정확히 파악은 안 해봤지만 고깃값도 올랐고 매출도 조금 늘긴 했다"며 "명절 직전주가 돼야 정확히 파악해볼 수 있겠다. 확실히 매출이 늘 것 같긴 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백화점은 이미 규정 완화의 효과를 보는 분위기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은 명절선물을 판매하는 행사장을 마련하고 배송 접수처를 따로 두는 등 명절선물 구입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었다.

앞서 정부는 농수축산물 내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이들 품목의 명절기간 선물 상한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공직자가 주고받을 수 있는 농축산물 선물 가격은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 상향돼 15만원까지 가능하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 시장에 한우 선물세트가 쌓여있다. ⓒ 뉴스1 정지윤 기자

◇소상공인 "다음주까지는 기대…지금은 20만원짜리도 안팔려"

소상공인들은 아직 한도 상향의 효과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마장동 축산시장 가판에 진열된 한우 선물 세트 중 가격이 20만원이 넘는 상품은 드물었다. 곳곳에 선물포장된 상품들이 쌓여 있었지만 직접 구매하러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장에서 수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씨(54)는 "김영란법이 개정된 사실을 미처 몰랐다"며 "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서 물건이 많이 안 나간다"고 답했다.

이어 "20만원짜리도 안 팔리는데 30만원짜리가 팔리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다음주가 명절 전주니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김씨는 청탁금지법 개정 효과에 대해 "아직은 딱히 체감을 못하고 있다"며 "10만원짜리 단품 정도만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개정 소식을 듣고 미리 대비한 상인도 있었다. 상인 A씨(30대)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요즘 생선도 잘 안 먹고 김영란법 가격도 오르고 해서 장사가 잘 될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주를 평소보다 50%가량 늘렸는데도 생각보다 주문이 많이 안 들어온다"며 "다음주까지는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다소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롯데 백화점에 전시되어 있는 고가 한우 선물세트. ⓒ 뉴스1 정지윤 기자

백화점 "일부 회사 1000만원 단체 주문도"…효과 체감

이에 반해 백화점들은 김영란법 개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은 명절선물을 판매하는 행사장을 마련하고 배송 접수처를 따로 두는 등 명절선물 구입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었다.

판매 품목들로는 과일, 와인, 건어물 등 5만원부터 30만원대까지 다양한 품목들로 구성돼 있었다. 다만 한우 등 고급 선물들은 4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가성비가 좋아 베스트셀러라며 보여준 한우 상품은 35만원으로 이미 최고선물가액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한우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백화점 직원은 "대부분 개인끼리 보내는 선물을 구매하니 선물가액을 넘어도 괜찮을 것"이라며 "일부 회사에서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한꺼번에 주문해간다"며 매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롯데백화점 담당자는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0% 올랐다"며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에 맞춰 20만원에서 30만원대의 품목을 확대한 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