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 '가장 뜨거운 2주' 한국 사회 셧다운 하자"

[소리없는 화마 폭염] ②황승식 서울대 교수 인터뷰
무관심 속 사망자 치솟아…지속적인 연구 지원해야

편집자주 ...2023년 대한민국에는 5년 만에 다시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현재까지 질병관리청 기준으로만 3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고, 이는 올해 최악으로 기록될 경북 예천 폭우에 따른 희생자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뉴스1은 폭염으로 누가 희생을 당하고, 이를 예방해야 할 관계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더 심해질 폭염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지 4편의 기획물에 담았습니다.

폭염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상햔된 2일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선풍기 바람에 더위를 견디고 있다. 2023.8.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박상휘 박혜연 기자 = 2023년 여름 논밭에서, 길거리에서, 집에서, 일에서 더위에 노출된 이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역대 최대 폭염이었던 2018년 이후 주춤했던 온열질환 사망자가 다시 치솟았다. 올해 질병관리청이 집계하는 온열질환자 사망자 숫자가 30명을 넘겼다.

해가 지날수록 여름철 더위는 극심해지고 온열질환자는 늘어가고 있다. 이에 뉴스1은 지난달 28일 국내에서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해 연구해 온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만나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일 방법에 대해 물었다.

황 교수는 한국 사회의 역량이라면 최소한 더위에 의한 온열질환으로 사람이 죽는 일은 막을 수 있다며 온열질환 사망자를 '0'으로 만들기 위해 공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1~2주 정도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망하지 않는다"라며 "7월말 8월초 2주 정도는 사회에 필수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사회가 셧다운을 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기간에 정부가 나서 시민들의 사회활동을 최소화해 사망자 발생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 보여주기식 중단하고 평가 바탕한 대책 내야

황 교수가 다소 공격적인 제안을 한 배경에는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해 온 폭염 대비·대응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며 "보여주기식, 백화점식 나열" 수준에 그친 정책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정부의 폭염 대책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무더위 쉼터'를 꼽았다. 무더위 쉼터에 대해 "전국적으로 지정만 했다고 나오지 실제로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나 평가는 없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현장근로자, 고령의 논밭 작업자, 쪽방촌 거주민 등의 취약계층이 주된 폭염 사망자가 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맞춤형 관리가 이뤄진다면 사망자를 0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황승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뉴스1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8.28/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한 예로 쪽방촌 등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시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자체 운영하는 체육관이나 연수원 등에 폭염기에 취약계층을 수용하거나 바우처 발급을 통해 냉방기기가 설치된 숙박시설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을 그는 제안했다. 낮에 인근 주민들만 활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다.

이어 그는 정부가 폭염 대책이라며 많은 정책들을 내놓기는 하지만 실제 폭염기가 지나고 난 뒤 해당 정책들이 얼마나 효용이 있었고 정책 수혜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정밀한 평가나 검토,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정책에 대한 효과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이런 정책을 썼더니 전년 대비해서 온열질환자가 얼마나 줄었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봐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폭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가 이어져야

질병관리청이 집계에 따르면 2018년 48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온열질환자 사망자는 올해 32명까지 치솟았다. 해가 갈수록 여름철 더위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온열질환자 숫자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잇다.

황 교수는 온열질환 사망자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폭염이 미치는 건강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폭염, 온열질환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건강 문제이기 때문에 꾸준히 접근하고 (연구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질병청은 폭염으로 인해 최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2018년과 2019년 폭염에 의한 건강 피해를 조사하는 정책연구용역사업을 진행했지만 이후에는 관련 연구가 이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가적 관심이 방역에 쏠렸던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어서 황 교수는 폭염이 자연재난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재산 피해가 크지 않고 눈으로 보이는 것이 많이 없기 호우나 태풍 등 다른 재난에 비해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이렇게 사회적 관심이 높지 않아 재난 대비를 위한 연구비 지원도 크지 않다고 황 교수는 말했다 그는 "재난과 관련된 학술 분야에서도 시설과 정비 도시계획 등 공학 관련 분야에 몰려 있다"라며 "재난 대비와 대응과 효과 평가까지 포함해서 건강 측면의 평가를 하는데 좀 돈을 쓰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자 여전히 많다

한편, 황 교수는 현재 정부가 집계하고 있는 온열질환자 사망 지표가 과소 추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폭염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의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황 교수는 질병청의 온열질환 사망자 집계가 응급실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하고 있고, 신고가 잘 이뤄져도 아무런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병청 자료가 만들어지는 것은 응급실 기반인 데다가 응급실 의사들이 자료를 만들어야 되는데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라며 "괜히 온열질환이라고 쓰면 일이 귀찮아지는데 열심히 찾아서 보고해야 할 동기 부여가 전혀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응급실 감시체계의 경우 응급실을 거쳐 가지 않은 경우 집계가 되지 않는 빈틈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서 매년 집계하는 사망원인통계는 사망신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기에 더욱 정확하게 온열질환 사망자를 추려낼 수 있지만 이마저도 누락의 가능성이 있다.

황 교수는 최근 대낮에 뙤약볕에 일하다 쓰러진 전형적인 온열질환 환자 이외에도 비전형적 환자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의 경우 응급실을 거쳐 간다고 해도 온열질환자로 집계될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예를 들어 기저질환과 투약으로 몸이 약해진 환자가 전날 폭염으로 이상이 생겼는데 밤사이 증상을 앓다가 다음날 응급실에 오는 경우 의료진이 온열질환을 의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황 교수는 "비전형적인 온열질환 환자들의 대응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온열질환 사망자 감소를 위한 정책 수립과 연구를 위해서라도 관련 통계가 신속하게 공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사망원인통계는 해당 연도의 자료가 다음해 9월 이후에야 공개된다.

황 교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망신고서가 지자체에 접수되고 이를 취합하면 온열질환자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기본적인 사망자 숫자만 공유를 해줘도 단기 대책을 세우고 할 때 굉장히 좋은 정보들이 되는데 그런 정보도 공유가 안 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동해·박혜연 기자)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