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으로 기억할게"…눈물 바다된 서이초
서이초 강당서 49재 추모제…동료교사·지인 편지 낭독
이주호 부총리 추모사에 일부 교사들 등 돌리며 보이콧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공교육 정상화 계기가 된 교사, 기사 속 활자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 ○○○을 끝까지 기억할게."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엔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추모를 위해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헌화를 기다리는 행렬은 점점 더 길어졌지만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지난 7월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식이 이날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진행됐다.
고인의 유가족과 서이초 교직원 등 동료 교사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교육계 인사도 참석했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이름,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수업을 하던 고인의 영상과 반 학생들이 고인에게 쓴 스승의날 편지 사진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흐느꼈다. 일부 참석자들은 차마 영상을 보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고인의 동료교사와 학교 후배는 고인을 향한 편지를 낭독했다.
서이초에 고인과 함께 발령받아 교직생활을 시작한 교사 A씨는 편지를 낭독하기 위해 연단에 선 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어른이 돼 친구 하나 만들기 힘든 세상에서 너를 동기로 만나 행복했다"며 "슬픔과 고통은 잊고 편히 눈 감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고인의 대학 후배인 B씨는 "언니는 커다란 나무 같은 선배님이었는데 언니의 사진을 보니 언니가 너무 어린 거다. 자기도 어리면서 힘든 일 내색 안하고 후배를 챙겨줬다"며 오열했다. 그러면서 "언니의 마음을 이어받아 모든 선생님들이 행복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교육계 인사들은 반성의 뜻과 교육현장 개선 의지를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가장 앞장서서 선생님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교육감으로써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국회에선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안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선생님들 보호해야 한다는 데 여와 야의 구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소중한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실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표정을 찡그리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무너진 교권에 대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고,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홀로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앞서 이 부총리가 추모사를 낭독하기 위해 연단에 서자 일부 참석자들은 의자를 돌려 이 부총리를 등지고 앉아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한편 추모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이 부총리는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황을 파악해보고 하겠다"고 답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 교사들은 이 부총리에게 "추모를 하는데 왜 징계를 하냐"며 소리쳤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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