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50원 인하? 데이트비 10만원인데…연애 하는 게 맞는지 몰라"
성인 10명 중 7명 "데이트 비용 부담"…"월급 5만원 올랐는데"
"기념사진 찍는데만 20만원…낮은 연봉 인상률에 부담 더 커"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데이트하는데 라면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이유환씨(32)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현실적 고민을 털어놨다. 김씨는 직장인 3년 차인데도 아직도 데이트 비용이 신경 쓰인다는 것이 괴롭다고 했다.
그는 "만나서 가장 기본적인 데이트 코스인 영화(4만원), 식사(4만원), 커피(1만원)만 해도 10만원"이라며 "학창시절보다 환경이 나아졌는데도 여전히 애인과 식사하면서 가격표를 보는 내가 한심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뉴스 보니깐 라면, 과자, 빵값 등이 내렸다고 하는데 전혀 체감이 안 된다"며 "가족도 아니고 여자친구를 보는데 저런 것만 먹을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고 라면값 등이 소폭 인하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상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인 남녀 10명 중 7명이 "물가 인상으로 데이트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물가가 연애하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월급은 5만원 올랐는데…기념 사진 비용만 20만원"
연인들의 데이트 비용문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위기로 월급 인상률은 줄어든 상황에서 생활물가가 올라가면서 데이트 비용이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손모씨(35)는 "최근 여자친구와 3주년을 기념해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사진 비용이 20만원이라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일이라고 특별한 것을 계획하다 사진 찍기로 한 건데 여자친구한테 내색은 안 했지만 후회를 많이 했다"며 "솔직히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기본적인 식사나 영화 보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2주년이라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지출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올해 연봉 인상률을 감안하면 한 달에 월급이 5만원정도 올랐더라"라며 "물가는 매년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이런 상황에서 연애를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높은 물가에 데이트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성인 남성들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데이트비용 부담'에 대한 20~30대 미혼남녀 1000명(25~39, 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물가 인상에 따른 데이트비용이 '부담된다' 74.8%, '변동없다' 25.2%로 답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비용으로는 '식사비'(72.5%)가 제일 높았고 '숙박비'(44.4%), '카페·디저트비'(42.1%), '유류·교통비'(28.3%), '취미활동비'(23.9%), '음주비'(23%), '기타'(1.1%) 순이었다.
데이트 1회 당 남녀가 지출하는 평균 비용은 약 8만원이나 됐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6%대…"SNS 맛집들은 가격 더 비싸"
식사비가 데이트 비용 중 가장 부담되는 비용으로 꼽히는 이유는 외식 물가가 적잖이 올랐기 때문이다. 21개월 만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대(2.7%)로 떨어졌지만 외식 물가는 오히려 6.3% 올랐다.
특히 데이트 코스로 알려진 SNS 맛집들은 일반식당보다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해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1년째 연애 중인 윤모씨(31)는 보통의 커플보다도 데이트 비용을 더 쓰는 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는 별개로 외식 물가는 오른 데다 윤씨 커플은 데이트 때마다 SNS에 나오는 맛집들을 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처음 여자친구와 만났을 때 SNS에 나오는 분위기 좋은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공감대가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아니다"며 "프랜차이즈 식당을 가도 식비가 만만치 않은데 SNS 맛집은 더 가격이 비싸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진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좋아서 비용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나도 장담을 못 하겠다"며 "여자친구와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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