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복지부-기재부, 내달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협의 재개

사업비 두고 팽팽한 신경전…재협의서도 쟁점 될듯
의료계 "팬데믹 대비 중앙의료원 역할 고민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주영수 원장과 함께 미 공병단 신축 이전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립중앙의료원(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비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던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다음달부터 재협상에 돌입한다. 신축이전을 계기로 기재부의 통 큰 지원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될지 주목된다.

5일 뉴스1 취재 결과 복지부는 최근 의료원 신축이전 마스터플랜 연구용역 초안을 완성했다. 이를 근거로 조만간 기재부에 총사업비 확대 논의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다는 방침이다. 논의는 2024년 5월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65년 역사를 지닌 의료원은 1958년 서울 중구 방산동에 개원해 현재 603병상 규모로 운영 중이다. 공간 협소와 시설 노후화로 2003년부터 신축이전이 논의됐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 등으로 의료원이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돼 공공 보건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커졌다.

당초 서울 서초구 원지동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주민 반대와 환경영향평가 결과 소음환경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음에 따라 16년 만에 사업 추진 불가로 결론이 났다. 2020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안한 현 의료원 인근 미군 공병단 부지로 신축 이전하자는 안이 받아들여지면서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났다.

2021년 복지부는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사업비 1조2341억원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2022년 12월 말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 사업비 1조1726억원으로 감액 통보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사업 총사업비 조정 결과 통보 ⓒ이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기재부는 인근 지역에 종합병원이 몰려있고 의료원의 낮은 병상 이용률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의료원 내부는 물론 의료계 안팎에서 필수 의료 공백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의료원의 역할을 간과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동안 중환자 진료를 대부분 10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했다"며 "중앙의료원 규모가 작으면 완결적 진료를 하지 못하고 민간 병원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원이 500병상 규모면 3차 병원은 아니다. 최중증 환자는 볼 수 없고, 지역의료원보다 작다"며 "기재부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5년마다 올 수 있다는 팬데믹 때마다 민간병원을 동원할 건지, 이때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건지 고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재협의에서도 사업비를 둘러싼 샅바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사업비가 확정된 게 아니라 기재부와 협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지난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기본설계 후 반드시 총사업비 협의를 하게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재정 당국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한 바 있다.

복지부는 기본계획에 따라 설계 공모 등 행정절차를 밟으며 사업비 확대 방안도 준비해 왔다. 건립 자체를 늦출 수는 없어서다. 총사업비는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기본설계 △실시설계 △발주 및 계약 △시공 순으로 확정, 집행되는데 지금은 기본설계 전 단계다.

기본설계가 끝난 뒤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변동성이 큰 원자재비, 인건비, 건축단가 등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데 이때 사업 규모를 재설정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총사업비 재조정은 병상 확대뿐만 아니라 공사에 들어갔을 때 필요한 단가 전반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사업비를 추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획재정부의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복지부 관계자는 "지침상 기본설계를 마무리한 뒤 실시설계 전 의무적으로 협의하게 돼 있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갈 텐데 2024년 5월까지는 기재부와의 대화로 사업비 규모가 확대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도 제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본설계가 다 끝나야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할 텐데 아마 2024년은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병상 확대를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협의를 요청받아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양측 협의가 예정대로 원만히 합의된다면 의료원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