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소방대원도 10명 중 2~3명은 탈출구 못 찾아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 '재난 체험 교육' 받아보니
4D 영상 이어 실제 화재 탈출 체험…완강기로 건물 탈출도
- 박우영 기자
(공주=뉴스1) 박우영 기자 = "불이야!"
지난 20일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에서는 화재를 알리는 다급한 목소리가 연거푸 울려퍼졌다. 10명 남짓의 기자들이 재난안전 체험을 하는 자리에서다.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은 1987년 중앙민방위학교로 출범한 재난안전 분야 전문 교육훈련기관으로 공무원과 민간인 대상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교육원에서 체험 교육을 받은 인원은 총 1936명이다.
대학(원)생이 577명으로 가장 많고 중앙행정기관 직원 392명, 공공기관 직원 294명이 교육을 받았다. 소방대원, 경찰관 등도 현실의 재난에 대한 '모의 시험' 차원에서 교육원을 찾아 체험 교육을 받는다.
이날 기자단은 4D 재난영상관으로 반나절의 체험 교육을 시작했다. 재난영상관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3D 영상에 따라 좌석이 좌우로 흔들리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몰입형' 재난 교육을 제공한다.
이날 교육은 모녀가 화재가 발생한 가정집을 탈출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입체 안경을 쓰고 자리에 앉자 눈앞에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딸과 그 어머니의 3D 캐릭터가 나타나 여느 모녀가 잠들기 전 나눌 법한 대화를 나눴다.
모녀가 잠들고 얼마 안 있어 굉음, 진동과 함께 집 안에 불이 번졌다. 집 안 전자 렌지에 올려놓은 주전자로 인한 화재와 동시다발적으로 아래층에서도 불이 난 상황이었다. 체험관 앞쪽에서는 자욱한 연기가 퍼져나왔다.
모녀가 탈출 과정에서 문제상황에 맞닥뜨리면 상황에 맞는 올바른 화재 대피요령이 화면에 나타났다. 뜨거워진 문 손잡이는 문 반대편에 다른 화재가 번졌다는 것을 암시하므로 손잡이가 뜨겁지 않은 문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결국 모녀는 적절한 대처로 화재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영상 교육에 이어 곧바로 직접 불이 난 실내를 탈출해보는 '연기 탈출교육'이 진행됐다. 체험자들은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몸을 낮춘 채 완전한 어둠 속에서 촉감으로 문을 찾아야 했다.
대피로를 찾지 못해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교육에서는 문고리가 뜨거워 열 수 없는 문이라 가정하고 대부분 문을 잠가뒀다. 탈출하려면 안전하게 열리는 문을 찾아야 했다.
교육을 진행한 담당자는 "지난주 소방대원들이 체험을 왔을 때도 10명 중 2~3명은 탈출구를 찾지 못해 돌아왔다"며 "말로만 들었을 때는 쉬워 보여도 어둡고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몸을 낮추고, 적신 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보호하고, 문고리가 뜨겁지 않은 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기 탈출교육에 이어 지진 체험과 풍동 체험(강풍 체험)이 이뤄졌다. 지진 체험은 가정집을 모방한 세트장에서 강도 5~7의 지진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교육 담당자는 "지진 강도가 1씩 올라갈 때마다 가정집의 사람 등에게 전해지는 에너지는 32배씩 커진다"며 "시설물 밑에 들어가 머리를 보호한 채 책상 다리 등을 꼭 붙잡고 지진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 담당자는 풍동 체험에 앞서서는 강풍과 함께 흔히 오는 폭우에 대해 "반지하 거주자는 바닥에 물이 고이는 기미가 있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는 것을 목격하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며 "문 밖 수심이 50㎝를 넘어서는 순간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기에 미리 대피하지 못 했다면 외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동 체험에 이어서는 완강기 탈출 훈련이 진행됐다. 완강기는 몸에 줄을 매달아 건물 외벽으로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설비로 화재 상황 등에서 이용된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 3~10층 사이에 완강기가 1대 마련돼있다. 완강기에서 너무 먼 20~30층 거주자의 경우 옥상으로 대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완강기는 개인적으로 구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층수에 맞는 줄 길이의 완강기를 갖춰야 한다.
야외소화기체험장에서 진행된 소화기 체험에서는 체험자마다 소화기가 1대씩 주어졌다. 훈련 담당자가 불을 지피자 3~4명의 체험자가 "불이야"를 외친 뒤 안전 고리를 제거한 소화기를 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어 화염과 3~4m 간격을 유지한 채 불의 하단을 겨냥해 소화기를 분사해 화재를 진압했다.
마지막 체험인 심폐소생술에서는 마네킹을 상대로 한 심폐소생술·심장충격기 실습이 이뤄졌다. 심폐소생술은 두 손을 깍지 끼고 팔의 각도를 바닥으로부터 90도로 유지한 채 2분에 210번 정도의 속도로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 담당자는 "실제 상황에서는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에 심폐소생술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지만 뼈가 부러지더라도 계속해야 한다"며 "국내법은 이 같은 상황에서 타인을 구하기 위한 행동으로 '손해'를 끼친 행위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호흡도 심폐소생술과 함께 적절히 한다면 좋지만 심폐소생술이 우선"이라며 "비숙련자들은 119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만 착실히 해줘도 된다"고 덧붙였다.
심장충격기의 경우 심정지 환자 생존율을 5%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 핵심 장비로 안내 음성에 따라 활용하면 된다. 심폐소생술과 병행하면 환자의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교육원은 '체험을 통한 실질적인 재난대응 교육'을 목표로 재난 관련 공무원은 물론 민간인에게도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날 체험을 총괄한 이승복 교육원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민간인도 체험 가능한 만큼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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